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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음식 하나에 사연 하나 … 맛으로 엮는 사람들 이야기 [김셰프의 씨네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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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야 문을 여는 식당

야쿠자·직장인· 윤락녀·게이바 사장…

다양한 단골 손님들에게

원하는 음식 해주며 공감

마가린밥 같은 버터라이스

토마토 케첩 베이스의 나폴리탄 파스타 등

정감있는 음식들 나와 마음 훈훈해지는 영화

자정이 되면 문을 여는 식당, 손님이 원하는 메뉴가 있다면 재료가 가능한 선에서 요리를 해주는 깨어 있는 마인드의 사장. 한때 한국에도 심야식당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이자 영화 ‘심야식당’은 지금 봐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음식들이 가득한 따듯한 작품이다.

세계일보

영화 ‘심야식당’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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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야식당

심야식당은 만화가 아베 야로의 늦은 흥행작인 동명의 만화를 영상화한 드라마로 심야식당 극장판은 그중 굵직한 스토리를 엮어낸 잔잔하고도 맛있는 식당 이야기다. 신주쿠 가부키초의 골목길에 위치한 심야식당은 밤 12시에 문을 열고 아침 7시면 문을 닫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업 시간이지만 가게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의 주인장은 재료만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그 음식이 꽤 맛이 있으며 정감이 가득해 단골이 많은 편이다. 기본 정식은 돈지루(돼지고기된장찌개) 정식. 술은 무엇이 되었든 3병까지, 술집이 아니기에 손님이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술을 판매한다. 심야식당엔 다양한 단골손님들이 온다. 야쿠자부터 게이바의 사장, 윤락업 종사자들, 늦은 시간 야근을 하고 온 직장인, 사진기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유명인들까지 입소문을 타고 온다.

영화는 드라마와 같이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음식을 주제로 한 사람의 사연을 보여주고, 그 사연을 심야식당에 있는 손님들끼리 함께 보듬어 가며 위로해 주는 내용이 주로 많이 나온다.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은 고바야시 가오루인데 원래도 유명했지만 심야식당으로 더 우리에게 유명해졌다.

이 드라마가 나오고 난 후 심야식당에 대한 낭만이 일파만파 퍼진 적이 있었다. 요리사로서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니까 말이다. 아마 식당을 차리고 싶다기보단 손님이 먹고 싶은 요리를 맛있게 내주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실력과 마인드에 대한 동경 아니었을까 싶다. 심야식당 드라마는 주로 손님과 음식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극장판에는 마스터, 주인공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심야식당의 음식들

심야식당엔 옴니버스식으로 사연과 음식이 함께 등장한다. 등장하는 음식만으로도 식당을 차릴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 정도로 수십개의 음식이 나온다. 심야식당 시그니처 메뉴인 돈지루 정식, 야쿠자 손님이 좋아하는 문어 비엔나, 유흥업소 사장이 좋아하는 달콤한 계란말이, 미디엄으로 구워 먹는 명란젓, 경찰들의 부추 간 볶음, 정말 간단하면서도 침이 고였던 간장 버터 라이스, 내 가게에다 내다 팔고 싶었던 멘치가스 등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술안주 메뉴가 가득하다. 메뉴는 주로 손님들의 추억의 음식이 대부분이며 우리가 어렸을 때 먹었던 메뉴와도 비슷한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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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의 버터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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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간장 버터 라이스와 나폴리탄 파스타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버터 라이스는 따뜻한 흰쌀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간단한 음식인데 내 어린 시절에도 마가린 밥이라고 해서 쌀밥에 간장, 마가린을 넣고 가볍게 비벼 먹었던 추억이 있다. 가끔 다진 김치나 콩나물 무침을 추가해 먹으면 그게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영화에 나오는 나폴리탄 파스타는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스타일인데 우리는 어린 시절 학교급식에서 꽤 많이 접해본 파스타라 생각하면 된다. 조금 거칠게 불은 면과 새콤한 케첩소스, 큰 야채와 소시지나 미트볼이 들어가 한 달에 한 번은 어린 시절 행복하게 나의 식판을 가득 채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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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의 나폴리탄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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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파스타

나폴리탄 파스타는 우리가 아는 나폴리의 파스타가 아니라 스파게티, 소시지, 양파, 피망이 들어간 케첩 베이스의 파스타다. 사실 파스타라기보단 토마토케첩에 볶은 일본식 면요리라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파스타의 룰을 그다지 지키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정감 가는 메뉴이다. 학창 시절 급식으로 종종 나와 나에겐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메뉴인데 집에서 만들기도 어렵지 않으며 소시지와 양파, 케첩만 있어도 누구나 다 비슷한 맛을 낼 수가 있다. 계란 프라이나 스크램블드에그가 추가되면 한층 더 든든하고 고급스러워진다. 나폴리탄 파스타의 묘미는 바로 소시지인데, 내 레스토랑에선 수제 소시지를 만들고 그 소시지로 이 나폴리탄 파스타를 손님에게 낸 적이 있다. 익숙함 속에 정성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꽤 인기가 많아서 한동안 소시지를 매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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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소시지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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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소시지 파스타 만들기

<재료>

프랑크 소시지 1개, 계란 1개, 토마토케첩 50g, 토마토소스 100g, 면수 50㎖, 설탕 1작은술, 소금 약간, 삶은 스파게티면 140g, 양파 30g, 마늘 2톨, 파프리카 30g, 샐러드유 15㎖

<만들기>

①소시지는 칼집을 내주고 야채는 작게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준다.②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시지, 야채를 넣어 볶아준다.③야채에 향과 색이 나면 면을 넣고 한 번 더 볶아준다.④면수와 토마토소스를 넣고 끓여준다.⑤끓기 시작하면 토마토케첩과 설탕을 넣어준 후 농도를 잡는다.⑥간을 한 후 접시에 담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준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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