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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배신...위생 불량에 갑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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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우유·냉동 식자재 상온보관

문제 발생땐 배송기사에 떠넘겨

무책임 운영에 소비자 피해 확산

평소 라떼와 버블티를 즐겨마시던 김소연(46세·여) 씨는 지난 여름, 점심식사를 마치고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라떼를 한잔 사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라떼를 마신 후 배가 아파 견딜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식중독이었다. 하지만 점심때 먹은 음식이 문제인지, 라떼가 문제인지 특정할 수 없어 2~3일 약을 먹고서야 겨우 치료됐다.

전국민이 애용하는 프랜차이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중 일부에서 위생상태와 갑질행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라떼에 사용되는 우유와 냉동 식자재를 상온에 보관하고, 변질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배송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감 없는 운영이 소비자의 피해로 확산되고 있다. 배송차량도 영업용 번호판이 아닌 일반 번호판을 사용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전국 500여개의 점포를 둔 B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지난 봄부터 여름, 겨울에 이르기까지 1년여 동안 냉장·냉동 식자재를 배송하면서 냉장설비가 부족해 우유 등을 상온에 비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우유같은 경우, 여름철 상온에 한두시간만 노출되어도 변질 위험이 높다. 하지만 하루 24~25개 점포에 배송을 하면서 절반 이상 점포의 외부에 우유를 비치해온 것.

A씨는 “배송시 냉장시설에 우유를 넣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간이 협소해 어쩔 수 없이 2~3박스씩 외부에 비치해왔다”면서 “(이로 인해 우유 품질 문제로) 점주나 소비자로부터 항의가 들어오면 이를 배송기사의 책임으로 전가해 일방적으로 배송수당에서 차감하는 등 업체가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기사 개인이 차량운행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입장에서 배송수당이 300만원 정도라면, 손실부분을 차감해 250만~280만원 정도가 한달 수입이 된다. 차량 감가상각 비용과 보험료, 각종 수리비용 등을 제하면 기사들의 순수익은 100만원 남짓에 불과해진다.

이처럼 손실부분을 떠 안은 배송기사는 B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만 해도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관계상 ‘을’의 위치에 놓인 기사들은 항의는커녕,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면서 하루하루 배송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같은 행태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물류회사를 끼고 배송기사를 고용하는 간접고용 형태를 고집하면서 각종 사고의 책임을 기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당국의 단속이나, 사고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배송기사가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구조다.

이들 기사들은 먼저 프랜차이즈 업체측에서 점포에 냉장·냉동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사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충분한 냉장물류 여건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부산에 본사를 둔 또다른 업체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0곳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C프랜차이즈 커피업체에서 일을했던 또다른 제보자는 우유나 버블티에 들어가는 재료가 실온에 보관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으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바로잡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생·갑질 문제에 대해 B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위생과 관련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100% 폐기를 원칙으로하고 있다”며, “과거 이러한 문제가 다수 발생해 물류업체를 교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맹점에서 급하게 자재를 요청했을때 간혹 개인차량으로 소량을 배송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대부분의 식자재는 영업용 차량으로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보된 내용이 본사보다는 물류업체와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물류업체에 대한 감시·감독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윤정희 기자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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