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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대규모 보험료율 인상이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세금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효율성과 형평성을 갖춘 세원으로는 부가가치세가 꼽혔다. 증세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고 투입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1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국민연금 재원 다각화 필요성 및 쟁점'이라는 주제로 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수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8년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7년 고갈한다. 이 시점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그때 거둬 그때 나눠주는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주제발표에 나선 전영준 한양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안정화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연금보험료율 상향조정이나 큰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며 "올해 조정할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현 수준보다 2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고, 증세를 하는 경우 현행 조세부담보다 10%를 초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다.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전 교수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나 증세 결정이 가능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 바로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 필요 보험료율은 약 35%까지 치솟는다. 조세 부담 역시 시기가 늦어질수록 커진다.
전 교수는 "연금보험료를 상향조정하는 대안이 증세하는 대안에 비해 미래 세대의 순조세부담을 더 큰 폭으로 늘리는 반면 현재 세대의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며 "어떠한 형태의 재정안정화 방안을 실행하든 미래세대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정 안정화 방안을 조기에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에 나선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공적연금의 판매자이면서 운영자인 국가는 국민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가가 일반재원으로 사회보험의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미리 일반 재정을 확충한다면 전통적인 효율성과 형평성 기준을 적용해 적합한 세목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적합한 세목으로 지목한 것이 부가세다. 전 교수는 "소득세나 법인세는 자원배분의 왜곡이 상대적으로 심하고 최고세율의 인상 여력은 그다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세대 간 형평성 관점에서도 세부담이 근로계층에 집중되는 소득세보다 부유한 고령층도 함께 부담하는 부가세의 세율 인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4년 동안 1%도 못올렸는데, 제도를 제대로 고치지 않고 국고를 투입하자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보험료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고 제도의 수용성 차원에서도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문가 토론의 좌장을 맡은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국민연금의 일반적인 재정 안정화 수단으로서 국고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연금 자체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때 국고 활용을 재정 안정화 방책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정리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의 재정추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정추계에는 국민연금 소진시점 등이 담긴다. 재정추계 결과를 토대로 내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번에는 과거 사례와 달리 국회 차원에서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간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의 세대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 제고는 연금개혁의 중요한 과제인 만큼 오늘 포럼에서 이를 고려한 다양한 재정 안정화 방안이 논의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연금개혁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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