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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젤렌스키 ‘깜짝 방미’에 핵 카드로 맞선 푸틴… “핵 전투태세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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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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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방부 확대회의에서 “핵전력은 국가 주권 보장의 핵심 요소”라며 “러시아는 핵전력의 전투태세를 지속해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황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사용했던 핵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 든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중순 부분 동원령 선포, 9월 말 4개 점령지 강제합병 당시 “영토 방어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며 핵 사용을 암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식 선제 타격 전략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서방에서 ‘사탄2’라고도 부르는 사르마트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최대 사거리가 1만8000㎞에 달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최대 2000배 위력을 가졌으며, 최대 15개 다탄두를 탑재해 미사일 방어(MD) 체제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내년 1∼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겨냥한 총공세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군사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전황이 악화하는 가운데서도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군이 요청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군대는 자금 조달에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군의 규모를 150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여름 군병력을 115만여명으로 증원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는데, 이보다 35만명가량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쇼이구 장관에게 “당신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현행 18∼27세인 군 의무 복무(1년) 대상 연령을 내년부터 21∼30세로 조정하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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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시험발사돼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플레세츠크=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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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방부 확대회의 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무기 공급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평화협상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 휴전 내지 강화 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이 시작된지 301일째인 이날은 공교롭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이뤄지는 날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00일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잔혹한 공격을 감행했다”며 “이번 방문은 경제적, 인도적, 군사적 원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미국의 변함없는 약속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위협 수위를 한층 높인 만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최첨단 방공 미사일 체계인 패트리엇을 포함한 20억달러(약 2조57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22일 자정) 백악관 공식 환영식, 2시30분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4시30분 공동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에 연방의회의사당으로 넘어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예정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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