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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화성 '지질학자' 마침내 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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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호, 지난 15일 마지막 교신 후 연결 안 돼

미 NASA "더 이상 기대 안 해"

퍼서비어런스호는 토양 샘플 모은 캡슐 지표 투하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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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화성의 '지질학자'가 마침내 활동을 마치고 기나긴 휴식에 들어갔다. 또 다른 화성의 로버는 고대 생명체 존재의 비밀을 캐기 위해 채취한 토양 샘플을 모아 지표에 투하하는 작업을 마쳤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1일( 현지시간) 화성 지질 탐사용 착륙선 인사이트호가 4년여간의 임무를 마치고 영구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인사이트호 운영을 맡아 온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JPL 운영진은 지난 15일 인사이트호와 교신을 한 후 최근 두 차례 연속 신호를 주고받는 데 실패했다. 4년 전인 2018년 11월 26일 화성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 인사이트호는 다른 로버들과 달리 바퀴가 없이 한 자리에 고정돼 있다. 유일한 전력 공급 수단인 태양광 패널이 두꺼운 먼지에 덮여 갈수록 전력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NASA는 당분간 인사이트호와의 교신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기대를 접은 상태다.

브루스 배너트 JPL 인사이트호 운영팀 수석조사관은 "우리는 (인사이트호를 통해)약속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실제로 할 수 있었다"면서 "성공적인 미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이트호는 2018년 5월 발사돼 6개월간의 항행을 거쳐 11월 26일 착륙해 약 4년여간 임무를 수행해왔다. 8억1400만달러를 들여 제작한 인사이트호는 '화성의 지질학자'라는 별명답게 지진파 관측을 통해 화성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 주 임무였다. 그러나 당초 5m 이상 파들어 가려 했던 지표 탐사용 드릴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단 6cm 정도를 뚫는 데 그치는 등 임무 수행에 애를 먹기도 했다. 화성 지표 내부의 열 흐름과 구성 성분, 지각 두께 등을 측정하기 위한 임무에 치명적인 차질이 생긴 것이다. JPL 운영진은 결국 지난해 1월 더 이상의 굴착을 중지한 후 지진파 관측 등 가능한 임무만 수행해왔다.

인사이트호에 설치된 지진계는 지난 4년여 동안 1300건이 넘는 '화진'(화성지진ㆍmarsquake)을 잡아냈고, 지난 5월엔 규모 5에 달하는 역대 최대 화진을 포착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 화성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져 충돌 분화구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땅속에 있던 얼음이 분출된 장면을 포착하는데 결정적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당시 NASA는 인사이트호를 통해 지진파를 측정한 후 위치를 추정해 화성정찰궤도선(MRO)의 카메라로 충돌구를 확인했다. 5~10m 안팎의 운석이 인사이트호에서 3500km 떨어진 적도 인근 아마조니스 평원 지대에 추락해 약 150m 크기의 충돌구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충돌구 주변에서 화성 땅속의 커다란 얼음덩어리들이 튕겨져 나온 것이 관측됐다. 화성에서 극지대가 아닌 적도 근처에서 얼음덩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인류의 화성 착륙 탐사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이트호가 수집한 데이터로 과학자들은 적어도 착륙 지점 인근의 화성 지각이 두개의 다른 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약 6km 두께의 상부층과 40km 두께의 하부층이 서로 엇갈려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성의 핵이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유황이 약 15~20% 가량 포함된 가벼운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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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또 다른 로버인 퍼서비어런스호는 최근 화성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이 담긴 캡슐을 지표의 특정 지점에 투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0개의 티타늄 용기에 화성의 예제로 분화구 고대 삼각주 지역에서 채취한 모래, 흙, 바위 조각 등이 담겼다. 퍼서비어런스는 토양 표본을 채취한 후 두 개의 용기에 나눠 남아 하나는 내부에 저장한 후 하나는 따로 모아 화성의 지표 특정 부위에 투하한 후 앞으로 진행될 샘플 수송 미션을 통해 수거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NASA는 화성 토양 샘플을 통해 고대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유럽우주청(ESA) 등과 인사이트호를 대체할 로버를 제작하는 한편 화성 샘플 수송 프로젝트를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예산 및 기술 개발 등의 걸림돌 때문에 2030년쯤에나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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