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1723조 급증
자영업자 부실도 시한폭탄
1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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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악의 상태로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극심해진 데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까지 마비된 탓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첫 1,0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고금리에 유독 취약한 가계 및 소상공인 등의 부실 위험이 커진 점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급 불안으로 지목됐다.
금융불안 '위기' 단계... 민간 빚 GDP 2.2배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불안정성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금융불안지수(FSI)는 10월과 11월 각각 23.6, 23.0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충격이 덮친 2020년 4월(2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금융불안이 임계치를 넘어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FSI는 8을 넘으면 '주의',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금융취약성지수(FVI)도 2분기 47.4에서 3분기 44.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36.8)을 웃도는 상태다. FVI는 자산 가격이나 금융시스템 복원력 등과 관련된 지표를 중·장기적 측면에서 평가한 것으로, 이 지수가 높아진다는 건 대외 충격 발생 시 금융과 실물경기 등이 받는 충격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국내 경제 사이즈를 압도한 빚을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불안의 뇌관으로 봤다. 3분기 민간신용(가계와 기업부채 합)은 국내총생산(GDP)의 2.2배(223.7%)가 넘는다.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 원, 기업대출은 1년 전보다 15% 급증한 1,722조9,000억 원(올해 3분기 말 기준)에 달했다. 한은은 "민간신용 규모가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우발적 신용사건 등이 발생하면 차주의 부실화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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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 자영업 대출 '40조' 부실 위험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한 자영업자 대출도 부실 위험의 핵심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3분기 말 1,014조2,000억 원으로 1년 새 14.3%나 늘었다. 특히 금리가 비교적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이 두드러졌다. 3분기 중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8.7%로 은행(6.5%)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 기간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 대출 증가율(18.7%)도 비취약차주 증가율(13.8%)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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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19%로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끝나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률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봤다. 한은 추정 결과 부실 위험 규모는 내년 말 최대 39조2,000억 원(취약차주와 비취약차주 모두 포함)에 달했다.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률도 올해 말 12.9%에서 최악의 경우 내년 말 19.1%까지 치솟는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정상차주에 대한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대출 전환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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