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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르포]일회용품 펑펑…"계도 기간이잖아요" 의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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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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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동대문구 등에 위치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걸린 '1회용컵 사용제한' 알림 문구/사진=유예림 기자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프렌차이즈 커피숍 한쪽 벽면에 이같은 문구가 쓰여있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알리는 문구다. 하지만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을 쓰고 있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카페 내 일회용 컵,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는 모두 사용 금지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편의점·카페·식당 등에서 종이컵·빨대·비닐봉투 등 일회용품을 제공하거나 판매해선 안 된다. 일회용품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된 지 한달 가량됐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아직 계도기간인데 상관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커피숍 점원 A씨는 "사장님이 계도 기간에는 매장에서 종이컵을 써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매장 내 취식 손님들에게 다회용컵을 제공하면서도 빨대와 종이컵 등은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비슷한 시각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프랜차이즈에 있던 손님 4명은 모두 머그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었지만 커피를 젓는 빨대는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카페 점원 B씨는 "전부터 쓰던 플라스틱 빨대가 아직 한 달은 더 쓸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남아있다"며 "사장님이 아직 계도 기간이라 플라스틱 빨대 써도 괜찮다고 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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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한 카페 안에서 손님들이 종이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유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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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에서 취식하는 커피는 종이컵에 줄 수 없다고 안내하면서도 물을 마시는 곳에는 일회용 종이컵을 그대로 비치해둔 곳도 있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줄이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수기 이용을 위해서는 봉투형·고깔형· 얇은 재질의 원기둥꼴 종이컵만 제공이 가능하다. 카페 직원 C씨는 "계도기간이 끝나면 봉투형 종이컵을 놓을 수도 있는데 당분간 기존에 쓰던 종이컵을 쭉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난 매니저 김모씨는 "매장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를 쓰는 손님을 봐도 대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계도기간이라 당장 뾰족한 수를 마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포장해 간다고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 놓고, 매장에서 먹는 사람들이 하루에만 10명 넘는다.

김씨는 "이런 것도 다 단속 대상인데, 지금은 계도기간이어서 다행이지 계도 기간 끝나면 단속 직원이랑 실랑이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계도기간 끝나고 이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가 말하는 순간에도 포장으로 주문한 손님 4명이 플라스틱 컵을 들고 카페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정부의 계도기간 도입으로 인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팀장은 "계도기간을 통해 얻는 게 불분명하다"며 "참여형 계도로 기대만큼 일회용품 사용이 줄지 않는다면 계도기간을 1년에서 더 줄이는 식이라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재활용법 제41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일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한 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올 11월 24일부터 효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업계에 공지했지만 현장에서는 잘 모르거나 준비가 안 됐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계도기간을 둔 이유에 대해 "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 봤다"며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11월 23일 이후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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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한 카페 안에서 손님들이 종이컵을 사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사진=유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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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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