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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G7 정상들 '원폭' 피해지로 부르는 日 기시다…지지율 반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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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등·방위력 강화 설득 얻고

'히로시마 플랜' 자신만의 색깔 찾기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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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일본 정부가 내년 5월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G7 정상들을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로 부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자국 역사의 가장 비참했던 순간을 보여주는 원폭 피폭지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국제행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안팎에서는 역대 최저 지지율을 찍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원폭 피폭지를 정치적 승부처로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 안보 전문가라는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내고, 방위력 강화에 설득력을 얻을 기회로 삼을 것이란 분석이다.
◆역대 최저 지지율…방위력 증강 설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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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NHK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회의 전 히로시마 원폭 자료관을 시찰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일 일정에 맞춰 나가사키에 방문한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일정 모두 기시다 총리의 동행이 유력하다. NHK는 이같은 방일 일정은 일본 정부의 비공식적 의사 타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초청은 기시다 총리의 떨어진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실제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7~18일 전국 유권자 13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31%로 출범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57%로 전주(51%)보다 6%포인트 높았다.

아사히신문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안보 3문서 개정을 꼽았다. 기시다 총리는 방위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안보 문서 개정을 단행했는데, 방위비 증액을 위한 국채 발행과 증세가 불가피해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다.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서 방위비 증액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은 67%, 찬성은 27%였다. 국채 발행을 반대한 67% 가운데 62%는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따라서 정상들의 피폭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나가사키 방문은 최근 발표한 방위력 강화에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 커 보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람 이매뉴얼 미국 대사는 지난 20일 일본의 안보문서 개정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 초당파가 지지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피폭지에서 세계 정상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하면서, 반대로 이를 위해서는 방위력 강화가 뒷받침돼야한다는 점을 역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안보문서 개정 등을 통해 계속 강조하는 것은 억지력 강화”라며 “현재 러시아, 북한 등 일본이 상정한 위협 국가가 지속해서 안보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다. 피폭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방위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외교 전문가 강점 살려 반등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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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입장에서, 기시다 총리가 승부를 볼 수 있는 부분은 외교 안보 부분이다. 아베 내각에서 외무대신을 4년 8개월간 역임하며 외교 전문가라는 대내외적 인식을 키웠기 때문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외무대신 시절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히로시마에 초청한 적이 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 최초로 나가사키로 바이든을 부른다면 두 미국 대통령을 모두 피폭지에 부르는 것이 된다. 미일동맹이 공고하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도쿄신문은 “러시아가 핵 위협을 반복하는 가운데 미일 양국 정상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최후의 피폭지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다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상들을 피폭지에 초청하고, 이에 대한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주면 기시다만의 외교 성과 만들기에 각국이 힘을 싣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의 미사용 지속, 핵전력의 투명한 공개, 핵무기 감축 지속 등을 골자로 하는 '히로시마 액션 플랜'을 추진 중이다.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 출신인 기시다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인생 과업'(라이프 워크)이라고 말할 정도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을 포함해 세계에 피폭의 실상을 확실히 알리는 것은 '핵군축'(핵 관련 군비축소)을 위한 모든 노력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G7 정상이 히로시마에서 다시는 핵무기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강력한 약속을 세계에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경파 고개 드는 속에 당내 입지 굳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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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초청이 궁극적으로 당내 입지 굳히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부에서 비둘기파에 속한다. 아베가 실권을 잡아왔던 호소다·아소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리버럴한 파벌이다. 그러나 내각 구성 당시 자민당 '넘버 투' 모테기 도시미쓰 등을 들이며 여전히 아베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모테기 간사장은 기시다와 정반대의 노선으로 핵공유를 주장하는 인물인데, 최근에는 기시다 내각이 주춤하는 틈을 타 몸집을 키우고 있다. 주간지 데일리신초는 기시다 내각이 역대 최저 지지율을 찍는 가운데 모테기 간사장이 기시다의 자리를 노려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각국 정상들이 방문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자민당 내부에서 나오는 핵무장론 목소리를 우회적으로 자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기시다가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지지율 자체가 너무 낮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정적을 견제하는 등의 행동에 쉽게 기시다 총리가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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