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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인구절벽&이민] ①"애 우는 소리가 안 들려"…소멸위기의 농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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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면서 지방대 등 통폐합 가속화

병역자원도 감소 추세…다문화가족 장병은 늘어

[인구절벽&이민] ①"애 우는 소리가 안 들려"…소멸위기의 농어촌

[※ 편집자주 = 저출생, 고령화의 사회 현상으로 인구절벽이 현실화했습니다. 농어촌 소멸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제조업 등 산업 인력난은 가중되고 학생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은 통폐합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현상과 정부의 대책을 진단하고 이민 정책에 주안점을 둔 해결책을 모색하는 4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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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대학찰옥수수 수확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애들 우는 소리 들은 지는 오랩니다. 자식들이 주말에 손주 데리고 올 때가 아니면 시골에서 아이들을 보기는 힘들죠."

대학찰옥수수로 유명한 충북 괴산군에서 40년째 사과·옥수수 농사를 짓는 이규동(66) 씨는 "농촌에는 노인들밖에 없고 인건비가 높아 남는 게 별로 없다. 외국인 근로자만 돈을 버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사는 장연면 방곡리 간곡마을에는 45가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이씨보다 젊은 50대 농가 경영주는 서너 명 있고, 나머지는 60대 이상이다. 80대 고령에도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촌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때는 인력이 부족해 용역회사를 통해 따로 외국인 근로자를 구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계절근로자 시범사업 초기인 2015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괴산군(238명) 등 전국 124개 지방자치단체에 2만6천788명을 배정했다. 지난해보다 2.2배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웃 마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가리 오가마을의 이재명(61) 씨는 3만3천㎡(1만평) 밭에서 25년 이상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 오가마을은 80가구 중 10가구가 주로 옥수수를 재배하며, 경영주 연령은 모두 50∼60대다.

그는 "여름에는 옥수수를, 가을 이후에는 절임 배추를 수확해야 해 고정적으로 인력이 필요한데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지난해에는 캄보디아 출신 계절근로자 3명을 배정받아 5개월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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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 비중(왼쪽)과 경영주 평균연령
[통계청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는 어촌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낚시선업과 통발어업을 하는 김정재(48) 씨는 젊은 층에 속한다. 선장의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그처럼 50대 이하는 30% 정도이며, 대부분이 60∼70대다.

김씨는 "선장은 내국인이지만, 선박 규모에 따라 최대 10명까지 일하는 선원들은 다 외국인"이라며 "바다에서 오래 일해야 하는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고 꾸준히 일하려는 외국인이 주로 고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생활 인프라가 열악해 젊은이들이 어촌에 남기를 꺼리면서 인구수가 계속 줄고 있다"며 "귀어한 사람들도 투자 대비 수익을 꾸준히 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절반 정도가 몇 년 내에 그만둔다"고 덧붙였다.

학령인구가 매년 줄면서 지방대 등 통폐합되는 학교의 수도 늘고 있다.

일례로 경북 문경시는 서울 숭실대와 2∼4년제 사립대인 문경대를 통합해 숭실대 문경 캠퍼스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안성시의 한경대와 평택시의 한국복지대도 올해 3월부터 한경국립대로 통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령인구(6∼21세)는 748만2천명이다. 2030년에는 594만3천명, 2040년에는 446만8천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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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통계
[통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급감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모병제, 여성 징병제, 귀화자 병역 의무화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현황을 보면 32만5천543명(2019년), 28만4천602명(2020년), 25만3천653명(2021년), 25만2천199명(2022년) 등 매년 감소 추세다.

다만 다문화가족 장병은 늘고 있다. 국방부는 차별 우려 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관련 통계를 파악하고 있지 않으나 군 안팎에서는 한국 국민인 다문화가족 2세의 입대가 증가할수록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육군 병으로 전역한 아들의 어머니 A씨는 "군 복무 기간 적응하느라 꽤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키르기스스탄 출신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이다윗(22·대학생) 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 나라인 모국 한국에 보답하고자 내년에 현역으로 입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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