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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삼성에 갑질 혐의' 브로드컴, 반도체 상생기금 200억원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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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반도체 인력 양성·중소기업 지원…부품 선택권 보장"

의견수렴 후 최종안 마련…확정 시 공정위 제재 면해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삼성전자[005930]에 갑질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2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중소 사업자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9일 브로드컴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 동의의결안을 공개하면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판매하면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간의 장기계약을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브로드컴의 부품을 매년 7억6천만달러 이상 구매하고, 미달하면 차액을 배상한다는 게 계약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말 브로드컴의 신청을 받아들여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하고, 약 130일간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브로드컴과 협의해왔다.

잠정 동의의결안에서 브로드컴은 반도체 분야 상생을 위한 기금 200억원을 조성하고 향후 5년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77억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기업 창업·성장 지원(123억원)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가칭 반도체 인재양성센터를 설립해 매년 150명씩 총 750명의 국내 대학생·대학원생, 재직자에게 2주∼2달 안팎의 반도체 데이터 수집·분석 또는 차량용 반도체 설계 교육을 제공하고, 중소 팹리스 기업을 위한 창업 지원 인프라와 검증·테스트 환경 구축을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이다.

세부 계획 수립과 집행 업무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자율적·독립적으로 맡도록 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장기계약 기간(2020년 3월∼2021년 7월)에 주문이 이뤄진 브로드컴 부품에 대해 3년간 품질 보증과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삼성전자의 부품 주문 및 기술지원 요청에 대해 유사한 상황의 다른 거래 상대방과 같은 수준으로 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재식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장기계약은 브로드컴이 자발적으로 시정해 종료된 상태"라며 "더는 거래가 없다 보니 고의로 기술 지원을 지연한다든지 삼성전자에 불이익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어 명확히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S22 등 작년 3월 이전 출시된 스마트기기에 브로드컴의 관련 부품이 들어있다.

아울러 브로드컴은 국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 선적·구매주문 승인·기술지원·생산을 중단하는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부품 공급계약 체결을 강제하지 않고, 부품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자신의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도록 하지 않겠다고 제시했다.

공정위의 행위 중지 명령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자체 시정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공정거래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감독관을 임명·운용하고 동의의결 시정방안 추적 시스템 구축하는 한편, 최고경영자(CEO)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 교육을 하고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대해 익명으로 질의·신고할 수 있는 사내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0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이해관계인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과는 서면으로 협의를 진행한다.

향후 공정위가 최종 동의의결안을 의결해 확정하면 브로드컴은 시정명령, 과징금 등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일종의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상생기금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의 장기계약 기간 브로드컴의 관련 매출액은 7억달러를 조금 웃돈다. 달러당 1천200원으로 계산하면 한화 약 8천400억원이다.

심 과장은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곤란하지만, (200억원의 상생기금은) 최대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을 확실히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네이버(2014년·1천억원)와 애플(2021년·1천억원) 등이 동의의결 제도를 통해 상생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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