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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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가 오는 2월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망 사용료 논쟁을 주요 의제로 삼는다.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들도 망 사용료를 부담해서 네트워크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작년 MWC에서부터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지난 1년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각국 통신사업자들의 의견을 취합한데 이어 올해 MWC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MWC 개막일 첫 번째 기조연설은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 of a Fair Future)’이라는 주제가 선정됐다. MWC에서 네트워크의 발전상이나 새로운 기술을 공유하는 것보다도 망 사용과 관한 논쟁을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를 제대로 치르지 않고 투자도 게을리한다는 점에 대해 GSMA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GSMA는 세계 220개국의 통신 사업자 75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CP간 불공정 문제는 작년 MWC에서도 논의됐다. 작년 MWC에서 통신 사업자들은 CP가 망 사용료를 망 투자비 분담 차원에서 내야 한다는 성명을 냈고, 민관 펀드 등을 조성해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면 글로벌 CP가 이에 투자하는 방식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CP가 통신사에 직접 망 투자 비용을 내는 안, 망 투자 비용 직접 분담 대신 CP가 각국 정보통신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간접 분담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MWC에서는 통신업계가 (망사용료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차원을 넘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명문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 CP들에게 사용료를 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각국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망 사용료는 최는 세계 통신업계와 빅테크들간 중요한 논쟁거리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AR·VR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화질 동영상, 게임 서비스 수요가 늘었고 통신망 트래픽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트래픽만 봐도 2021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이 전체 트래픽의 27.1%, 넷플릭스는 7.2%로 각각 1, 2위라고 밝혔다. 다음은 메타(3.5%), 네이버(2.1%), 카카오(1.2%)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트래픽도 증가할 것이다”라며 “CP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ISP와 CP간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GSMA는 작년 MWC 이후 지난 1년간 부지런한 행보를 이어왔다.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통신 행사 ‘모바일 360′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아태지역 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한데 이어 9월 멕시코시티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지난 10월에는 “전 세계 트래픽의 절반이 6개 글로벌 CP에 의해 생성된다”면서 “이들 기업의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1월에는 GSMA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담당 임원들이 한국을 방문해 망 사용료 법안과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의 소송 등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국내 통신사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통신사들 역시 망 사용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16개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9월 빅테크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며, 스페인 정부도 유럽연합(EU) 규제당국에 같은 내용의 요구를 했다. 유럽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인도 셀룰러 사업자 협회(COAI)는 지난달 “OTT 사업자들이 네트워크에 가하는 압력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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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일명 망 사용료법과 관련한 입법 논의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개가 발의돼 있는데, 입법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망 사용료를 입법화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 추진되는 것이어서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상반기 한 차례 법안 심사가 진행된 이후 하반기에는 공청회까지 열렸으나, 야당 내 반대 여론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결국 2차 공청회가 흐지부지되더니 지난달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고 2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게다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을 보면 ISP와 CP간 협의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망 이용대가라는 개념을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입법을 통한 규제보다 사업자 협의를 우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기부는 “망 이용대가는 ‘네트워크의 지속적 발전’, ‘콘텐츠 산업활성화’, ‘이용자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으로 네트워크 이용에 대해 비용부담 원칙, 비용부담의 수준·내용에 관해서는 계약 당사자간 협의 원칙 준수, 네트워크 발전에 있어 CP의 노력과 기여, ISP-CP 간 협력관계 구축 필요성 등도 함께 고려하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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