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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톱10 비영어시리즈 1위에 올랐다. K 학폭 복수극의 슬픈 세계 정복이다.
지난 한 주간 세계는 이 시리즈를 총 8248만 시간 시청했다. 지난 12월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는 1월 1일까지 단 사흘간 누적 시청시간 합계 만으로 12월 마지막주 3위에 올랐었다. 전주 1위였던 일본의 서바이벌 데스게임 장르물 ‘아리스 인 보더랜드’ 시즌2는 기세가 꺾이며 3위(4184만 시간)가 됐고, 멕시코 출신 여성 마약왕 이야기 ‘남부의 여왕’이 2위(7925만 시간)로 ‘더 글로리’를 바짝 뒤쫓았다.
우리 드라마 시리즈가 넷플릭스 주간 톱10에서 비영어시리즈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수리남’ 이후 약 넉 달 만이다. 직전 주까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7주 연속 비영어시리즈 1위에 올라 있었다.
◇국경 넘은 ‘학폭의 추억’… ‘보지 마’ 호소까지
'더 글로리'의 학폭 묘사는 잔혹하다. 학교 폭력에는 어른들의 세상을 닮은 사회 경제적 계급 체계가 작동하고, 교사와 경찰 등 사회 시스템은 무능하거나 오히려 폭력을 은폐하고 부추긴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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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는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 로맨스 드라마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가 처음 도전한 스릴러 장르물. 고교 시절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여성 ‘문동은’(송혜교)이 18년을 준비해 가해자들을 향해 치밀하고 처절한 복수극을 시작한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맛 넘치는 대사들, ‘비밀의 숲’을 만든 안길호 감독의 가슴 졸이게 하는 연출력이 모두 잘 살아 있다. 봉 고데기(막대기형 머리 인두)를 써서 온 몸에 화상을 입히는 학폭 피해 장면 묘사 등은 무척 잔혹하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 눌러 담으면서도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방법으로 폭발시키는 송혜교의 연기도 많은 칭찬을 받았다.
‘더 글로리’는 태국에서 ‘학폭’ 폭로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등 국경을 넘어선 공감을 얻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총 8화의 파트1을 모두 본 시청자들이 본격적 복수가 시작되려면 3월 공개될 파트2(총 8화)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3월 파트2가 나와 몰아보기가 될 때까지 ‘제발 보지 말고 기다리라’는 호소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 몰입했다가 이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못 견뎌하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이자 역설적 찬사인 셈이다.
◇악역 ‘학폭 5인방’, 미움받을 용기 빛났다
역설적이지만, 누구보다 빛난 건 악역을 맡은 ‘학폭 5인방’ 배우들. 세상 좋은 것들은 모두 손에 쥔 순수한 악의 화신 같은 기상 캐스터 ‘박연진’(임지연)은 ‘문동은’이 딸의 초등학교 담임으로 부임해온 걸 보면서 생애 처음 압박감을 느낀다. 망나니 같은 성격에도 물려받은 재산은 불어나기만 하는 프라이빗 골프장 사장 ‘전재준’(박성훈)은 ‘연진’과 위험한 관계로 얽혀 있다. ‘학폭 5인방’ 내에서도 사회경제적 계급 구조에 따라 무시당하며 살아왔지만 결혼을 통한 계층 상승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스튜어디스 ‘최혜정’(차주영)은 깜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지만 “우리 주님께 다 용서받았다”며 여전히 뻔뻔한 ‘이사라’(김히어라)의 대사들은 숏폼 동영상 클립으로 퍼져나갔고, 옛 친구에게 하인처럼 고용돼 살아가면서도 ‘한탕’과 ‘복수’를 생각하는 양아치 인생 ‘손명오’(김건우) 등 인상깊지 않은 악역이 없다.
‘동은’(송혜교)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들도 각자의 매력으로 빛난다. ‘동은’의 복수 도구 중 하나인 바둑을 가르쳐주고 깊은 상처를 확인한 뒤 “칼춤”에 합류하는 의사 선배 ‘주여정’ 역의 이도현, 폭력 남편을 제거해주는 대가로 ‘동은’의 복수를 돕지만 인간적 유대를 맺게 되는 ‘강현남’ 역의 염혜란 배우 등도 명대사를 양산하고 있다.
◇화제성 독점, 출연 배우 향한 관심도 고공 행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학폭 5인방’ 내에서도 사회경제적 계급 구조에 따라 무시당하며 살아왔지만 결혼을 통한 계층 상승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 스튜어디스 ‘최혜정’(차주영)은 깜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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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는 앞서 9일 데이터분석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OTT 플랫폼 콘텐츠 화제성’ 드라마·시리즈 부문에서도 공개 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OTT 작품 총 14편 중 화제성의 73.5%가 ‘더 글로리’의 몫이었다. 이 업체는 한 주간 공개 중이거나 공개 예정인 드라마를 대상으로 뉴스 기사, 블로그·커뮤니티, 동영상, 소셜미디어 등에서 발생한 관련 정보와 반응을 분석해 화제성 점수를 산출한다.
방송 첫 주 54.0%이던 화제성 점유율이 73.5%까지 높아졌고, 2위인 티빙 ‘아일랜드’와의 차이는 10배에 가깝다. 또 TV프로그램 19편과 함께 통합으로 조사한 ‘TV-OTT 통합 화제성’ 조사에도 점유율 43.0%로 1위가 됐다. 2위인 tvN ‘환혼: 빛과 그림자’ 대비 두 배 이상이다.
OTT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도 주연인 송혜교가 2주 연속 1위에 오른 가운데 2위 임지연부터 이도현(3위), 정성일(5위), 박성훈(7위), 차주영(10위), 김히어라(11위) 등 거의 모든 출연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더 글로리’의 주간 화제성 점수는 작년 최고 기록인 ‘지금 우리 학교는’을 이미 넘었다. 2021년 ‘오징어게임’이 세운 기록을 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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