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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입국 제한 확산될라 맞대응 나선 중국…왜 한국·일본만 골라 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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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11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중국비자발급센터에서 비자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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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한국과 일본만 골라 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일까. 중국은 10일 한국과 일본에 대해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데 이어 11일에는 도착 비자 발급과 무비자 경유 허용도 중단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맞대응한 것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 중국에 비자발급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일본에 오히려 더 강도높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본보기식’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자발급 중단 없는 일본에 더 센 조치…상호주의에도 안 맞아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우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양국의 높은 규제 수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 우려로 중국에 대해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선에서 방역을 강화한데 비해 한국은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항공편 운항도 축소·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또 일본은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 제한에 불을 지핀 나라이며 역시 중국발 항공편 운항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규제 수위만으로는 중국의 대응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만 놓고 보면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이 ‘상응 조치’로 이해될 수 있지만, 중국은 자국민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지 않은 일본에 대해 더 수위 높은 대응을 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장기 비자 발급은 유지하고 방문(S2)과 상업무역(M) 등 단기 비자 발급만 제한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 공무, 예우 이외의 모든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발급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한국에는 “한국의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반면 일본에는 추후 통지를 기다리라고만 안내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에 대해 “코로나19 대책과는 다른 이유로 발급을 제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고 철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도 “여행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오직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해 내려져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치적 고려 작용…미국·유럽 등 관계 악화 부담에 ‘본보기식 대응’


결국 중국의 대응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경제·외교적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어서 보복성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역시 중국발 입국을 규제한 미국에 대해서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등을 앞두고 양국 간 긴장 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 경제적 관계가 깊으면서도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본보기 삼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상호 조치에는 상대국과의 관계가 고려될 것”이라며 “한국이 첫 번째 타깃이 된 것은 지난달 한국 국회 의원들의 대만 방문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만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한국 국회의원 대표단과 조경태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이 28일부터 31일까지 대만을 방문했다”며 “이들은 차이잉원 총통과 여우시쿤 입법원(의회)장을 만났고, 대륙위원회를 찾아 대만해협의 긴장과 남북한 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도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스 교수는 “한국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극도로 나쁜 일을 했을 때만 상응 조치를 하겠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중국의 보복성 대응 조치는 다른 나라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스 교수는 “중국이 일부 다른 서방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그 강도는 한국보다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팡중잉(龐中英) 쓰촨대 교수도 “국경이 다시 열린 상황에서 여행이 제한되는 것은 경제 회복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다음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저울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의 보복성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해 가장 엄격한 차별적 입국 제한을 가한 나라 중 하나”라며 “중국이 내놓은 대응책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적절하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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