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월 중 개정안 시행
신청 건수 위주 공개 제도 보완
평균 금리 얼마나 내렸나 알려야
비대면 신청률도 따로 공시 예정
대출 종류 구분… 정보 제공 확대
서울의 한 은행에 붙은 금리 인하 요구권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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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퇴거자금 목적으로 삼성생명에서 1억50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30대 황모씨는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그해 연봉이 40∼50% 오르자 인상된 소득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보험사 측으로부터는 “대출을 실행할 때 이미 소득이 높은 편이라서 우대금리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설명밖에 듣지 못했다.
금융 소비자의 신용 상태가 좋아졌을 때 금융회사에 요청할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출해줄 때는 신용등급부터 소득 수준까지 꼼꼼히 따지며 금리를 결정하면서도 막상 금리 인하 요구에는 소비자의 신용 상태 개선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회사마다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하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다 보니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는 금리인하 요구 현황도 단순히 몇 건 신청에 몇 건 받아줬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금융회사별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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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19일 금리 인하 요구를 둘러싼 소비자의 이런 불만을 수용해 금리 인하 요구 수용에 따른 평균 금리 인하 폭도 함께 공시해 건수 위주의 공시를 보완하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 통계를 가계와 기업으로 구분하고 수용률도 신용과 담보, 주택담보대출로 따로 공시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여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노력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금리 인하 요구 행사 시 비대면(온라인) 신청이 가능하고 중복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률이 낮다”는 금융회사의 의견을 수용해 금리 인하 요구 통계를 비대면과 대면으로 분리해 공시하기로 했다. 요구권 신청 시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할 때와 비대면 방식인 온라인으로 할 때 차이를 알 수 있도록 비대면 신청률을 추가로 공시하기로 하는 식이다. 비대면과 대면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수용률을 공개하도록 해 금융업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금감원은 2월 중 이 같은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업 감독 업무시행 세칙. 금융감독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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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법제화한 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은 그동안 단순 신청 건 위주의 수용률 공시만 이뤄졌다. 은행연합회은 홈페이지에 분기별로 은행별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을 게재하는데 기존에는 신청 건수, 수용 건수, 이자 감면액, 수용률 정도만 게재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권 평균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은 25%정도였다. 가계대출의 수용률이 기업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카카오뱅크(19%), 토스뱅크(17.8%), 케이뱅크(24.6%)등 이른바 ‘인터넷 전문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낮았다.
한 인터넷은행 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인터넷은행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지점 방문과 상관없이 금리 인하 청구를 해볼 수 있다”며 “저도 월급이 오를 때마다 한 번씩 해보지만 할 때마다 수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높은 것도 ‘착시효과’라는 것이 은행권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업들은 매년 신용평가를 하다 보니, 본인들의 등급이 개선되는 경우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가계에 비해 기업은 신청건수에 비해서 수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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