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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연휴에 늘어나는 성착취물 신고…"자녀 활동사이트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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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피해자센터 상담가 인터뷰…"누구나 피해자 될 수 있어"

연합뉴스

성착취물 유포자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연휴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으면서 SNS를 통해 범죄에 더 자주 노출되기도 하고, 본인이나 타인의 피해를 목격해서 제보하는 빈도도 늘어납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 상담가 A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20일 연합뉴스와 만나 명절에도 센터가 쉬지 못하는 이유를 전했다.

◇ "아직 괜찮아요, 경찰에 같이 신고해줄게요"

2018년 4월 설립된 디성센터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상담과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성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2018년 2천289건에서 2021년 1만353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피해 접수 중 가장 빈번한 유형은 2021년 기준 유포불안(25.7%) 및 불법촬영(21.5%)으로 전체 피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다음으로 유포(20.3%), 유포협박(18.7%), 사이버괴롭힘(5.1%), 사진합성(1.7%)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디성센터 지원 유형은 '삭제지원'으로 열 건 중 아홉 건 이상을 차지했다.

상담가 8명으로 구성된 디성센터 상담팀은 교대 근무를 통해 365일 24시간 전화 및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인당 하루 평균 10건의 상담을 한다. 설 연휴를 포함한 휴일에도 쉬지 않는다.

상담팀이 신고를 접수해 피해자가 전달한 피해촬영물을 삭제팀에 전달하면, 삭제팀은 피해자가 보낸 사이트의 영상물뿐 아니라 2차, 3차로 유포된 영상물까지 찾아내 지운다. 이후 피해자에게 영상물 삭제 현황을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전달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신고가 없어도 선제적으로 삭제한다.

예비 중1 여학생의 어머니이기도 한 상담가 A씨는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을 상담할 때는 남 일 같지 않다"면서 "누군가 친절하게 다가가거나, 돈을 주겠다고 하면서 사진을 하나 보내라고 하면 순수한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청소년에게 A씨는 이렇게 안내한다고 전했다.

"친구(피해자)가 사진을 보내든 보내지 않든, 이미 보낸 사진을 유포할 사람은 유포할 거예요. 그런데 추가로 얼굴 나온 사진이나 다른 사진을 보내게 되면 피해가 더 커지니까 지금 이걸 막는 게 중요해요. 청소년 성범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으니까 꼭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더는 이 사람의 요구에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증거 자료를 확보해봅시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착취 (CG)
[연합뉴스TV 제공]


◇ "누구나 피해자 될 수 있어…부모 관심과 지지가 추가피해 막는다"

A씨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연령대별로 양상이 다르다. 10대 초반에는 SNS상의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한 성착취물 피해가 많다고 한다.

A씨는 "가정에서 방임돼서 스마트폰에 몰두하다 보니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전혀 문제가 없어도 잠깐 방심하면 범죄 피해에 엮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담원들이 입을 모아 '나도 지금 그 나이면 피해를 입을 것 같다'고 말한다"며 "부모 등 보호자는 꾸준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주된 온라인 활동 사이트가 어디인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면 자녀가 나중에 피해를 입어도 그 사실을 숨기고, 그러면 경찰에 신고도 늦어져 피해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미성년자의 범죄 피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면 보호자에게 통지하게 돼 있는데, 이로 인해 아동·청소년들이 신고를 주저하기도 한다.

주변인이 나오는 성착취 피해물을 온라인에서 목격했을 때는 당사자에게 알리지 말고, 경찰에 제보해야 한다. 물론 성착취물 시청은 그 자체만으로 불법이다.

A씨는 "만일 지인에게서 '너를 성착취물에서 봤다'고 말하면, 그 충격은 피해자들을 극단적 선택 등 위기 상황까지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가들은 피해자가 일상 회복에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분들이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하지만, 오랜 기간 지원을 받고 나면 완전히 예전의 삶을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준비할 정도로 힘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설득해서 부모님과 함께 경찰에 신고하는 데 성공하면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여러분 잘못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아주 힘들고, 앞으로 더 힘들 수 있지만, 확실히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저희는 그걸 믿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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