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연금 정말 못 받나요?”…빨라지는 고갈 시점에 2030 뿔났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차 재정추계 결과 이달 말 발표
기금 소진 연도, 1∼3년 앞당겨질 듯


매일경제

[사진 = 매경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0년대생인 우리가 봉이냐.” “매달 18만원의 국민연금을 내고 있다. 이렇게 내고도 연금 한 푼 못 받을 수 있다니,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 세대가 국민연금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줄 모르겠다.”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1월 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금개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 했다.

최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기초가 될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추계 결과는 ‘2057년 기금 소진’을 예측한 5년 전 추계 결과보다 한층 더 비관적일 가능성이 커서 연금개혁 논의에 추진력을 더할지 주목된다.

향후 70년의 국민연금 재정 상황을 살펴보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법에 따라 5년에 한번씩 하고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올해가 그 5년이 되는 해인데, 정부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일정 등을 감안해 예정보다 빠른 이달 말 시산 결과를 우선 발표하기로 했다.

“고갈 시점 2054∼2056년으로 앞당겨질 듯”
이번 재정추계에서 5년 전보다 더 암울한 결과지를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시보다 저출산, 고령화는 심화했고 경제 전망도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4차 재정계산 당시 채택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중위 시나리오상 합계출산율은 2020년 1.24명이었는데, 실제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이었다.

매일경제

[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2018년 재정계산 이후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못해 소진 연도는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앞으로 ‘얼마나’ 악화할 것인가이다.

2018년 이후 여러 연구기관의 조사에선 연금 소진 시점이 2057년보다 1∼3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적연금 재구조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6년에 적립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020년 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국민연금이 2036년부터 적자로 전환하고 2054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차 재정추계 결과가 공개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10월까지 연금 개혁안을 마련한다. 현재까지는 보험료율 인상이 개혁안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더 내고 더 받기’가 될지, 아니면 ‘더 내고 그대로 받기’나 ‘더 내고 덜 받기’가 될지는 불확실하다.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은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연초 국회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급여수준을 그대로 두되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측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고 그에 맞는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며 두 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현행 연금구조(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는 기금고갈 시계가 갈수록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은 2030세대가 연금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 “2030세대가 생존할 기간 동안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유지되려면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 하다. 현 정부 역점 과제인 연금개혁에 속도를 더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2030세대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오는 2057년쯤에는 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며 “기금이 바닥나면 현행 소득의 9%를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0%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30세대 “우린 정말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나요?”
국민연금은 초기에는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만 62세부터 연금을 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수급 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돼 지금의 젊은 세대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보험료는 월소득의 9%로, 직장가입자라면 회사와 반반(각 4.5%) 납입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맞춰져 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 소득대비 노후 국민연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문제는 덜 내고 더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기금고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은 현재 920조원까지 쌓인 적립금이 오는 2040년께 100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가 이후 빠르게 소진돼 2055년께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면서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치솟아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 쌓아놓은 기금이 없어지면 정말 2030세대는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되는 걸까.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법 제3조의2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면서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기금소진의 가장 큰 이유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국가가 반드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사진 = 매경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이번에도 연금개혁을 방기하면 어떻게 될까.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은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적립방식이 과거에 낸 돈을 모아 해당연도의 연금을 지급하는 식이라면 부과방식은 그해 낸 돈으로 그해 연금지출을 하는 형태다. 독일, 스웨덴 등 서구국가도 초기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적립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와 급속한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부과방식으로 변경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청년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기를 2018년 당시 4차 추계 때보다 1년 앞당겨진 2056년으로 전망했다. 70년 뒤 누적 적자 예상도 당초 1경 7000조원에서 2경 2650조원으로 5600조원정도(약 33%) 늘었다.

윤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에 따라 앞으로 국민연금 재정 상황은 악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독일·일본 등 연금 선진국과 발을 맞추려면 시급하게 이들보다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