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美 '임신중지권 폐지' 파장

美, ‘로 대 웨이드’ 판결 50주년 맞아 낙태 옹호 시위 일어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46개 주에서 동시다발적 시위

바이든 대통령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 연방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22일(현지시간) 50주년을 맞았다. 이날 미국 46개 주, 200개 이상의 지역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의 뜻을 이어받아 낙태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시위대의 행진이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해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판결을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시절 연방 대법원이 보수 우위로 재편된 영향이었다. 이에 따라 즉각적으로 미국 14개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거나 심각하게 제한됐다.

세계일보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거리에서 22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낙태권 옹호를 외치고 있다. 채터누가=AP연합뉴스


이날 전국적인 시위를 조직한 여성행진의 레이첼 카르모나 위원장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50년 동안 극우들이 법원을 장악해 낙태에 대한 연방 정부의 보호를 없애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각 주에서 여성들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인이 낙태권을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 참여한 레이븐 이달고(18)는 어머니와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며, 첫 행진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 중심주의인 법원과 의회를 언급하며 “남성들이 우리 몸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매해 낙태권 옹호를 위해 시위에 나섰다는 시민도 있었다. 간호사인 사스키아 로더(68)는 “정치와 종교가 여성의 몸에 관여하지 못하게 50년 동안 행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남자도 여성을 대신해 개인적인 결정(낙태)을 내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위스콘신주 메디슨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낙태는 건강 관리’, ‘내 몸, 내 영혼, 내 삶, 내 선택’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의 판결 이전 위스콘신주에서는 임신 20주까지는 낙태가 합법이었다. 그런데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된 뒤 법적 불확실성 탓에 의료기관들은 임신 중절 수술을 중단했고, 올해 봄쯤 위스콘신 대법원이 관련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서 “오늘은 로 대 웨이드 판결 50주년”이라며 “여성의 생식권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열리는 로 대 웨이드 판결 기념식에서 연설했다. 해리스 역시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보수주의자들과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