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홈페이지에 휴교 안내문을 게시한 전북 임실 신덕초등학교. [신덕초 홈페이지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같은 임실에 있는 신덕초(신덕면)는 올해 신입생이 없다. 2021년 전교생 6명 중 3명이 졸업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인근 초교로 전학하면서 지난해 휴교했다. 올해도 신입생이 없자 임실교육지원청은 지난 13일 신덕초에 대해 내년 2월까지 휴교 연장 결정을 내렸다. 익명을 원한 전라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혹시나 학생이 유입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휴교 결정을 내리지만, 지방에서 휴교는 곧 폐교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입생이 없어 휴교 처분을 받은 후 2019년 폐교한 전북 정읍 관청초등학교. 김태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신입생 단절, 그 다음은 휴교 후 폐교"
전북 정읍시 고부면에 있던 관청초가 그런 예다. 1949년 개교한 이 학교는 2010년대 들어 신입생과 졸업생이 아예 없는 해를 거듭하다가 2018년 휴교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폐교했다. 고부면에 있던 고부여중 역시 몇 년 동안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 2007년 문을 닫았다.
임실·정읍을 포함해 지금까지 전북에선 이런 식으로 320개 학교가 폐교했다. 이 중 75곳은 2000년 이후 문을 닫았다. 관청초 앞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학교를 살려보려고 마을에서 장학회도 만들고 했는데, 애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살릴 방법이 없더라”고 말했다.
전북 정읍에 있던 고부여중은 수년간 신입생을 받지 못한 끝에 2007년 문을 닫았다. 김태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충남 논산에 있던 황화초와 대명초 역시 수년 간 학생이 유입되지 않아 지난해 폐교했다. 논산 육군훈련소(연무대)에서 4km 떨어진 황화초 앞에서 만난 60대 상점 주인은 “원래 아이들이 없던 동네라 매출 타격은 없는데, 내 모교가 사라지니 너무 허전하다”며 “아이들 놀던 그네와 시소를 떼어 가는 걸 보면서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폐교한 충남 논산 황화초. 김태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올해 졸업생 '0'명 초등학교 89곳 달해
인구 감소로 소멸 위험에 처한 지방에선 이처럼 졸업‧입학식이 없는 학교가 수두룩하다. 중앙일보가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용하는 ‘학교 알리미’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번 졸업 시즌(지난해 12월 말~2월)에 졸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89곳에 달했다. 경북이 32곳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강원(12곳), 전남‧경남(각 10곳), 충남(9곳), 전북(7곳) 순이었다. 충북은 5곳이었다. 3명 이하는 293곳이었다. 또한 전체 초등학교(6163곳) 4곳 중 1곳꼴인 1491개 학교는 졸업생이 10명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
전남 33곳, 경북 23곳 초교 입학식 못 열어
입학식을 열지 못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가 각 지방교육청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05곳에 달했다. 다만, 이 이 수치는 올 1월 초에 있었던 예비소집 참석자 기준이어서 실제 입학생 수치는 소폭 달라질 수 있다.
전남은 올해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33곳에 달했다. 분교(19곳)뿐 아니라 본교 14곳도 1학년을 받지 못했다. 특히 17개 학교는 두 해 연속 신입생이 없었다. 시‧군 별로 보면, 신안군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진도군과 보성군이 각각 4곳이었다. 전남은 지난해에도 40개 초교가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경북은 의성북부초‧상운초 등 23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입학생이 1명이어서 ‘나홀로 입학식’을 치러야 하는 학교도 23곳이었다. 강원은 17곳이 신입생 ‘0명’이다. 분교 11곳을 포함한 수치다. 강원 소재 초교 중 19곳은 지난해에도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다. 이밖에 충남과 경남은 각각 11곳, 충북 6곳, 전북 4곳이 올해 입학식을 열지 못한다. 이 수치는 향후 지역별 전입‧전출 여부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다.
━
“신입‧졸업생 없는 학교, 시차 두고 폐교 수순”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도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20곳이었다. 또한 신입생이 한 명이어서 ‘나홀로 입학식’를 치른 학교는 135곳이었다. 익명을 원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신입생과 졸업생 수치는 폐교의 바로미터”라며 “신입‧졸업생이 없는 학교는 대부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휴교나, 분교 격하, 통폐합의 수순을 밟는다”고 말했다.
논산·임실·정읍=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