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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에너지난·공급망 혼란…지구촌 경제위기 키워 [우크라이나 전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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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최대 악재’ 우려가 현실로

WB, 올 성장률 3→1.7%로 하향

팬데믹 이후 회복 모멘텀 흐지부지

곡물·에너지값 고공행진 물가폭등

인플레 압력→금리 인상→경기 침체

무역 네트워크 분열...장기손실 막대

헤럴드경제

필립포 그란디(왼쪽) 국제연합(UN) 난민고등판무관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인 살티우카를 방문해 현지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로는 폭격으로 부서진 아파트가 보인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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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불황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개월째 접어들던 지난해 5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전쟁의 결과는 ‘세계 경제침체’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는 지금 그 경고는 현실이 됐다. 팬데믹(대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막 기지개를 켜려던 세계 경제가 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으며 ‘회복 모멘텀’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최대 악재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1.7%로 하향하며, 그 배경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팬데믹기간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가뜩이나 오른 물가에 기름을 부으며 전례없는 인플레이션을 낳았다. ‘세계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불타자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았고, 러시아발 ‘에너지 쇼크’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 경제는 힘없이 무너졌다.

전쟁은 개전 초기 밀과 대두 가격을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세계 식량안보에 경고음을 울렸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보리 등의 주요 수출국이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빈곤국에 공급하는 식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과 대두 가격은 각각 지난해 3월, 6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곡물 가격이 치솟자 국가들은 더 많은 돈으로 더 적은 식량을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식량 수입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조94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FAO는 “식량안보 관점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드라이브로 현재 곡물 가격은 지난해 시초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식량 공급망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곡물시장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면서 “언제든 곡물 공급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에너지 쇼크’까지 세계를 강타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유럽에 충격이 컸다.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유럽의 에너지비용과 물가는 치솟았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10.7%를 기록하며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가 12월 9.2%로 상승폭이 소폭 둔화된 상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견고한 실물경제를 자랑하던 독일마저 유례없는 에너지난에 휘청였다. 지난해 10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에너지위기가 경제·사회위기로 커지고 있다”면서 2023년 독일 경제가 0.4%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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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닷새간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경제학자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위기가 고물가·저성장이 동시에 강타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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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는 순식간에 공급망 혼란을 가중시키며 글로벌 무역의 기존 시스템이 붕괴됐다. 전쟁 시작과 함께 각국은 ‘친(親)러’ 대 ‘반(反)러’ 진영으로 갈렸고,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던 무역 네트워크도 산산조각이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다보스포럼 특별 연설에서 가장 시급한 국제 현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란된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꼽았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사회 분열이 세계 경제에 장기적 손실을 안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 교류와 무역이 파편화되고, 경제회복을 촉진할 생산과 금융 네트워크가 회복력을 잃으면서 실제 글로벌 생산량을 감소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IMF는 지난 15일 발간한 ‘지경학적 분열과 다자주의의 미래’란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분열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7% 감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분열의 주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를 꼽았다. IMF는 특히 신흥국과 저소득국의 경우 신기술 접근 기회를 빼앗기면서 많게는 GDP 12%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끌어올린 인플레이션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불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드라이브와 발맞춰 세계 각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공개한 경제학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2명은 올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고, 유럽의 경우 절반 이상이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컨실팅사 PwC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44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73%가 “향후 12개월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제기구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를 세계 경제의 최대 위기로 꼽으며 올해 경제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공식화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3.1%에서 2.2%로 하향했다. OECD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에너지위기가 발생해 고물가·저성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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