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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물어볼게 많았다”… 이재명 진술 거부에도 검찰 조서 200쪽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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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입장을 담은 진술서만 제출하고 검사 질문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는데도, 이 대표의 피의자 신문 조서가 2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검찰이 이 대표에게 물을 내용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기소를 목표로 조작” “추가 소환을 위한 지연 조사”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사법적인 문제를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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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에 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대신 검사의 질문에는 대부분 ‘진술서 제출로 갈음하겠다’는 취지로 답하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5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고, 이 대표의 피의자 신문 조서는 200쪽에 달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는 오후 9시에 끝났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점심·저녁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조사 시간은 8시간 정도 된다. 이 대표는 오후 9시 이후 조서를 다시 읽어본 후 오후 10시53쯤 귀가했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굳이 추가 소환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끌고 했던 질문 또 하고 제시한 자료 또 제시하고 질문을 지연하는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는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를 목표로 조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이 대표가 검찰청을 나서기 전 “반복적인 질의와 자료제시, 의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행위, 자료를 낭독하는 행위 등이 야간 조사 제한 시간인 밤 9시까지 계속됐다”며 “이 대표 측의 잇따른 항의에도 검찰은 고의 지연 작전을 계속했다. 이는 추가 조사를 위한 전략으로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는 현대사에 볼 수 없던 행태”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연 조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조사를 지연한 사실이 전혀 없고 신속히 조사를 진행했다”며 “장기간 진행된 사업의 비리 의혹 사건으로서 조사 범위와 분량이 상당히 많고, 최종 결재권자에게 보고되고 결재된 자료를 토대로 상세히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사법 절차를 정치적인 이슈로 몰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오전 9시30분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한 검찰 입장에선 이 대표가 지각 출석을 한 것”이라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면 검사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되는데 민주당까지 나서 ‘지연 조사’라고 하는 것은 검찰 조사를 정치적 시빗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전·현직 대통령도 정해진 형사사법절차에 따라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이 대표처럼 피의자가 소환 조사 날짜와 시간, 횟수까지 정하겠다는 건 처음 본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특권을 누리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추가로 조사할 내용이 있다면서 2차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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