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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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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대신 두유, 생선 대신 두부…알레르기 이기는 '현명한 회피'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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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식품 알레르기 대처하기

약과 음식은 질병 치료와 건강 유지에 없어선 안 될 동반자다. 하지만 때론 뜻하지 않게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바로 약물·음식물을 먹었을 때 몸에 이상·유해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다. 누구나 흔히 먹는 약·음식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두드러기부터 의식 소실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증상을 유발해 일상을 위협한다. 그러나 ‘아는 것이 힘’이란 명제는 약물·음식 알레르기에서도 통한다.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적절히 대처하면 재발을 피할 수 있다.



약물 알레르기



소염진통제·항생제·조영제가 톱3

약을 먹은 후 의도하지 않게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약물 유해 반응이라고 한다. 약을 먹고 1~2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즉시형 반응과 수주가 지난 후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지연형 반응으로 나눈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신유섭 교수는 “약물 알레르기란 즉시형 반응 가운데 면역학적 기전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신체의 면역 체계는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방어 반응을 하면서 이를 기억해 둔다. 그러다 이 물질이 몸에 다시 들어오면 빠르게 면역 반응을 시작해 방어한다. 약물 알레르기는 몸이 약을 외부 물질로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날 때 나타난다. 대부분의 유해 반응이 약을 처음 먹었을 땐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증상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두드러기·가려움증 같은 피부 증상이다. 호흡곤란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나 복통·설사 등 소화기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다. 심하면 전신에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까지 잃을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도 발생한다. 사용이 흔치 않은 약물에서 유해 반응이 많을 거로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신 교수는 “국내에서 유해 반응 빈도가 높은 약물 톱3는 소염진통제, 항생제, 조영제”라며 “사용 빈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교차 반응이다. 화학 구조가 유사하거나 동일한 작용 방법을 가진 다른 약물에서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사는 감기약에는 다양한 해열·진통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아스피린과 같은 소염진통제에 과민 반응이 있다면 이와 같은 작용 방법을 가진 대부분의 소염진통제에도 교차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이땐 작용 방법이 다른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감기약을 먹는 게 좋다.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진 않아도 유해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약물로는 통풍약·항경련제·결핵약제 등이 있다.

약물 유해 반응은 소아보다 성인,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생률이 높다. 또 약물 복용이 빈번하거나 약물 1회 사용량이 많은 경우, 경구 복용이 아닌 주사로 투약하는 경우, 천식·부비동염·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서 특히 잘 발생한다고 알려진다. 유전적 소인도 영향을 준다. 신 교수는 “약물 유해 반응 빈도가 높은 통풍약(알로푸리놀)의 경우 HLA-B*5801 유전형을 가진 환자에서 잘 발생한다”며 “이 검사는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약제 투여 전 검사해 유해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을 먹은 후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증과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받아야 한다. 증상 완화를 위한 처방과 함께 원인 약물을 규명하는 절차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재복용할 위험을 차단하고 안전한 대체 약물을 찾기 위함이다. 한 번 유해 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약물 복용 카드 작성을 권한다. 알레르기 원인 약물과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을 모두 기록해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의사·약사에게 정확한 유해 반응 정보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 교수는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약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체가 불가능할 경우 일부에선 매우 미량을 투여하기 시작해 소량씩 증량해 가는 탈감작 방법을 통해 약물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 알레르기



아이는 우유·콩, 어른은 갑각류·밀

음식 역시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알레르기 쇼크로 불리는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약물과 식품이다. 음식 알레르기의 경우 대부분 일부 소아에서 겪는 문제로 생각하지만, 성인이 돼서까지 계속되기도 하고 성인이 된 후 새로 생기기도 한다.

다만 소아와 성인의 알레르기 원인 식품 양상은 꽤 다르다. 소아에선 우유·달걀·밀·호두·땅콩·메밀·새우·대두·잣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경욱 교수는 “국내 소아·청소년의 경우 호두 알레르기의 빈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며 “잣과 메밀도 국내 소아·청소년 아나필락시스 원인 식품 7, 8위로 보고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 알레르기의 절반 정도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사라지지만, 갑각류·생선류 같은 해산물과 견과류는 성인이 돼서도 지속하는 편이다.

반면에 성인에게선 갑각류·밀·생선·돼지고기·조개류가 주요 원인 식품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다른 나라에선 거의 먹지 않지만, 국내에선 국·나물 형태로 널리 섭취되는 들깨 역시 즉시형 알레르기의 원인 식품 중 하나”라며 “흔하지 않으나 국내 성인에서 번데기에 의한 음식 알레르기도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소·돼지·양고기 등 육류 알레르기는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음식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에게도 교차 반응 탓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라텍스(천연고무)에 민감한 사람은 복숭아·토마토 등 과일을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재채기나 입 주위 또는 입술 가려움증이 주 증상이다.

음식 알레르기 증상이 경미할 땐 항히스타민제 복용으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호흡곤란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할 경우 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최대한 빨리 투여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즉시 가야 한다. 치료와 예방을 위한 최선은 원인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이다. 피부 시험과 혈액검사, 식품 경구 유발 시험 등을 동원해 원인 식품을 가린다.

다만 ‘현명한 회피’가 중요하다. 막연히 어떤 음식물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해 무계획적으로 식품 섭취를 제한하면 치료되지 않을뿐더러 영양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 대체 식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유→두유, 콩→김·미역·멸치, 밀→감자·쌀, 달걀→두부·콩나물, 돼지고기→흰살생선·소고기, 생선→두부·달걀·닭고기 등으로 바꿔 먹는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음식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면서 호전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 ※알레르기 반응 경험자라면 기억하세요

약물

① 의사·약사 만나면 약물 알레르기의 종류와 증상 알리기

② 과거에 알레르기 반응 일으킨 약은 먹지 않기

③ 알레르기 정보가 기재된 카드 항상 소지하기

④ 약 처방·조제 받을 때 현재 먹는 모든 약 알리기

⑤ 평소에 먹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 등을 기록 해두기

음식

① 어떤 식품에 민감한지 사전 검사하기

② 알레르기 유발하는 식품 회피하기

③ 가급적 가공·첨가하지 않은 식품 먹기

④ 유기농·천연 식품도 알레르기 유발할 수 있단 사실 기억하기

⑤ 원인 식품 회피로 인해 영양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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