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경변증·간암 진행 빨라
C형 백신 없지만 완치제 있어
간경변 되면 간 수치 되레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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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간 질환이 만연한 지역으로 꼽힌다. 간암을 포함해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의 약 10%를 차지한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년에겐 더욱 위협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망 원인 통계(2021)에서 40~60대의 경우 간 질환이 각각 3위, 4위, 5위를 기록했다. 누구나 간 건강에 대한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간 질환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이들 간 질환의 씨앗에 해당하는 간염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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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균자와 음주·식사 땐 간염 걸린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간염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간염은 간세포가 파괴돼 간에 염증이 생긴 질환을 말한다. 간 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간염 중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간염은 A·B·C·D·E형 다섯 가지가 존재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은 주로 A·B·C형이다. 이 중 구강으로 전염되는 것은 A형이다. 음식이나 물로 감염된다. 음식을 공유하는 우리나라 음식 문화 특성상 상대적으로 노출되기 쉽다. B형과 C형은 구강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대신 혈액이나 체액,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그래서 문신, 헌혈 등 침습적인 시술을 받을 때 기구 소독을 잘 하는 곳에서 받아야 한다. E형 간염도 많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꾸준히 보고되는데, 주로 야생동물의 쓸개나 고기를 먹는 것이 주된 경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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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예방 백신 접종하면 간염 안 걸린다
간염 중에서 예방 백신이 있는 간염은 A형과 B형이다. E형 간염도 백신이 존재하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백신은 아니다. 그래서 현재 백신 접종이 가능한 간염은 A·B형뿐이다. 따라서 A·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해서 항체가 생기면 걸리지 않는다. 40세 이상의 경우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치명도가 높진 않지만 전염력이 강한 만큼 유행 시 특히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C형 간염이다. 예방 백신이 없는 데다 재발률도 높다. B형 간염에 비해 염증의 심한 정도가 덜하고 간경변증 및 간암 진행도 20~30년으로 더디지만, 지속하면 결국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B형 간염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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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증상 없더라도 보균자라면 모니터링
다행히 C형 간염은 2015년 완치제가 나와 완치도 가능해졌다. 일반적으로 완치제를 통해 완치된 C형 간염 환자는 간경변증까지 진행하지 않았다면 모니터링하지 않아도 된다. 단, 간이 어느 정도 나빠진 상태에서 치료했느냐가 관건이다. 간 경화가 심하게 진행된 후 치료한 환자는 간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모니터링하는 게 필요하다. B형 간염의 경우 C형 간염과 달리 완치제가 없고 간경변증·간암 진행이 빠르다. 치료제로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있지만 완치가 아닌 눌러놓는 개념이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마다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게 요구된다. 치료제 처방을 받는 환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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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비활동성 보균자도 치료가 필요하다
간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성간염이라 하고, 만성간염은 활동성과 비활동성으로 나뉜다. 비활동성 간염은 증상이 없고 바이러스 증식도 거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근데 간 섬유화가 있는 경우라면 약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권고된다. 어느 정도 섬유화가 진행됐다고 하면 간암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때는 항바이러스제를 써주는 것이 좋다. 간 섬유화가 진행돼서 간경변이 되면 간 수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간 수치가 올라간다는 건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염증이 많이 생긴다는 의미다. 더는 파괴될 것이 없으면 염증이 생기지 않고 수치는 낮게 나타난다. 간에 염증이 없다고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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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간염약 복용 땐 뼈·신장 검사 받아야
처방되는 간염 치료 약재에 따라 차이가 있다. B형 간염 치료제 중 테노포비르 계열의 약을 먹고 있다면 모니터링이 꼭 필요하다. 이 치료제는 뼈 밀도를 낮추거나 신장 기능을 악화하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많진 않지만 임상에서 의료진이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사안인 만큼 6개월~1년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김지훈 고려대구로병원 간센터 교수
류 장훈 기자 hj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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