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아내 말레이시아 갔다”… 이기영 이 말, 동거녀 시신 장소 힌트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이기영(32)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동거녀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는 그동안 경기도 파주 공릉천의 대전차 방어시설물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 훈수를 두기도 하고, “루프백이 들어갈 정도로 땅을 팠다”는 등 구체적인 진술도 내놨지만 수색은 진척이 없었다. 결국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이씨가 실제 시신을 유기한 장소는 다른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가는 사람이 적은 ‘낚시 금지 구역’이면서도 이씨가 2년 동안 농수로 공사를 했기에 익숙한 장소의 이름인 ‘말레이시아교’ 인근에 시신을 유기하고는 지인들에게는 “아내가 말레이시아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낚시 금지 구역에 시신유기 가능성 커”

조선일보

공릉천은 낚시 가능구역과 금지구역으로 나뉜다. 이기영이 유기장소로 지목한 곳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낚시 가능구역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기영이 익숙하게 느끼면서도 시신을 유기했을 때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본인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곳. 편안함을 느끼는 곳을 컴포트 존(Comfort Zone)이라고 한다”며 “그런 부분들을 포착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릉천은 환경 보전 등을 위해 일부 구간만 낚시가 허용된다. 이씨가 시신 유기 지점으로 언급한 대전차 방어시설물 인근은 낚시 허용 지점으로, 특히나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은 포인트라고 한다. 한 공릉천 주민은 “낚시 금지구역은 다니는 길도 없다. (시신을) 유기할 것 같으면 거기다가 하지. (이기영도) 여기 토박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이기영의 ‘컴포트 존’은 공릉천 중에서도 ‘낚시 금지 구역’에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의견을 냈다.

◇이기영, 2년간 일했던 공릉천 공사 현장

조선일보

농수로 공사 현장에서 일할 다시 이기영의 모습(위)과 그가 일했던 부근의 파주시 말레이시아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씨는 2018년쯤부터 공릉천 인근에서 농수로 공사 현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했다. 당시 농수로 공사업체 관계자는 “이씨가 처음에는 잡부로 왔다가 열심히 하기에 배관공으로 2년 정도 일했다”며 “말레이시아교 근방에서 일했다”고 했다.

이곳은 이씨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대전차 방어 시설물로부터 직선거리로 3.5㎞ 더 상류 쪽에 위치했다. 현재는 신공릉천교가 건설됐지만 파주토박이들은 이 일대를 ‘말레이시아교’, ‘말레이시아 교차로’ 등으로 지칭한다. 파주 출신 이씨에게도 이러한 지명이 익숙했을지 모른다. 게다가 이곳은 ‘낚시 금지 구역’이다.

◇”이기영, 아내 말레이시아 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기영은 동거녀 살해 후 지인들에게 "동거녀가 말레이시아에 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씨의 지인들은 그가 살해된 동거녀의 행방에 관해 ‘말레이시아’를 언급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이씨의 단골 매장 관계자는 “(이기영이) 9월에 부인 만나러 말레이시아에 간다고 저희한테 얘기했다”고 기억했다. 이미 동거녀가 살해된 시점이었다. 이씨와 지인의 통화녹음에서도 “반려견 유치원 시작하려고. 내가 말레이시아 3주 정도 가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남아 있다.

표창원씨는 “거짓말 중에는 사실과 거짓이 늘 섞여 있다”며 “(이기영이) 건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자신의 할머니와 아버지 소유의 건물이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고 했다. 이어 “동거녀 살인에 관해 이씨가 일단 거짓말을 늘어놨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씨의 차량 이동 흔적에서 예상되는 컴포트 존이 포착된다면 중점적인 수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전담수사팀(팀장 형사2부장 정보영)은 지난 19일 강도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3일 경기 파주시 주거지에서 동거녀이자 집주인이던 A(50)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을 빼앗을 목적으로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 A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이후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20일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택시기사 B(59)씨를 집으로 유인, 둔기로 B씨의 이마를 두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옷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확보됐으나,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면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담수사팀을 통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