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소화기·마이크로 얼굴 마구 때리고 “고의 없었다”…지인 살해 40대女 중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 통해 알게 된 사이

노래방서 “집에 가자”는 피해자에 ‘욱’

시신 부검한 국과수도 상처에 경악

조선일보

창원지법 전경. /조선DB


자녀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을 통해 친해진 지인을 노래방에서 마구잡이로 때려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먼저 집에 가겠다”는 말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16일 오후 10시45분쯤 경남 김해시 한 노래방에서 지인 B(30대)씨의 얼굴과 머리 부위를 소화기와 마이크 등으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자녀의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을 통해 알게 된 후 한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았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더 놀다 가자”는 A씨의 말에, B씨가 “집에 가자”며 거절하면서 다툼이 빚어졌다.

다툼의 결말은 참혹했다. A씨는 노래방 안에 있던 마이크와 소화기로 B씨의 머리와 얼굴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6월 20일 오후 외상성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평소 피해자와 사이가 좋았고,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며 “술에 취해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실제로 평소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나 채무 관계는 없었다. A씨는 자녀 1명을 둔 평범한 주부로, 음주운전 외엔 별다른 범죄 이력도 없었다. 경찰도 처음에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말을 토대로 상해치사를 적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단계에서 살인죄가 적용됐다.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B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감정서 등을 통해 “신체 여러 군데에 수차례 둔력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되고, 머리 부위 손상은 치명적인 점을 종합하면 사인은 머리 손상(머리뼈 골절, 경막상출혈, 경막하출혈 등)으로 판단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상처가 급소인 얼굴과 머리에 몰린 것이다. 특히 피해자의 뒤통수 골절은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가해진 공격으로 추정됐다. 국과수는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사람을 잔인하게 때려죽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담당 검사에게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도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인택 부장판사는 “범행 당시 머리와 얼굴 부위에 공격이 집중됐던 것으로 보여 살인에 대한 확정적·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범행 당시 술에 취했으나 노래방 직원에게 서비스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하거나, 범행 직후 119에 신고하라고 재촉한 점 등을 보면 의식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언니’라 부르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피고인으로부터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며 “범행 수법이 매우 무자비하고 잔혹한 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을 위로하거나 용서받으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