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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방탄정당’ 꼬리표 부담됐나… 이재명, 檢 추가소환 전격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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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표결 돌입 땐 정국 ‘블랙홀’

민주당 지도부 “불응” 의견에도

‘李 방탄정당’ 비난 가능성 크고

당내 비토 목소리 고조도 부담

野, 주말 장외투쟁 등 대여공세

‘김건희 주가조작 TF’ 내일 출범

기소 감안해 방어논리 은폐 전략

檢, 2월 중순 李 영장 청구할 듯

정민용 “금품수수 정황 목격” 증언

김용 “전혀 실체와 안 맞아” 반박

소환조사 ‘진술서 갈음’ 맹비난

“죄 없다 펄펄 뛰면서 입 다물어”

李 추가 檢출석 요구 수용 놓고

“수사 협조 아닌 정치투쟁 선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일 대장동·위례 신도시 특혜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 요구에 응한 건 두 가지 포석이 깔렸다. 우선 소환 불응으로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다. 나아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오더라도 무리한 검찰 수사 이미지를 부각시켜 부결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담겼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지난 28일 검찰 출석 이후 줄곧 “추가 소환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이 대표는 그간 이 같은 요청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에 이 대표가 결국 추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기류가 이어지던 중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예정되지 않은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다시 한 번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공표했다. 깜짝 카드로 여론을 환기시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세계일보

“尹 검사독재규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 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과 ‘윤석열 검사독재 규탄’, ‘김건희 특검 수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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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대표는 추가 출석 결정이 방어권 행사 목적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은 기소할 듯하다. ‘답정기소(답은 기소로 정해져 있다)’다”라며 “기소를 위해 명분을 만들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면 그걸 깨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답정기소’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자세하게 공개했다. 이 대표는 “늦은 오후부터 질문이 중복되기 시작했다. 질문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니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시간이 얼마 더 필요하냐고 물어도 답해주지 않았다. 저녁부터는 했던 질문을 또 하고, 냈던 자료를 다시 보고 질문 속도도 매우 느려지는 걸 보고는 ‘이게 시간을 끌어서 재소환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번 출석 결정에는 이 대표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적 이해가 깔려 있는 셈이다.

당장 2차 출석 요구에 응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명분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혐의에 대한 뚜렷한 증거도 없고, 도망을 갈 것도 아니고, 주거가 부정한 것도 아니고, 증거를 인멸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태인데 뭐 때문에 체포 대상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자연스레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고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집중포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돼 당내 비토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출석 의사를 밝혀 검찰에 탄압받는 이미지를 부각해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소속 의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이 대표가 이날 “(검찰 출석 현장에) 절대 오지 말라”고 재차 강조한 것도 이런 해석에 부합한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0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 요구에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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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여러 차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통해 ‘검찰수사=정치보복’이라거나 ‘검찰독재’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나라에서 검사의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한때 우리가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엄청난 억압과 인권 침해를 당했는데, 지금은 검사독재정권이 탄생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공포정치를 통해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말살하고 검사독재정권 중심의 장기집권을 꿈꾸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제거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 장외투쟁에 나선다. 2월4일 오후 4시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윤석열정권민생파탄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도 참석한다”며 “민주당 전체가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태스크포스(TF)’도 2월1일 공개 출범한다.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과 별개로 당 차원에서는 민생을 고리로 해 정부·여당 비판의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난방비 폭탄’ 문제를 재차 거론하고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30조원 민생 추경·횡재세 도입 등을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를 검찰청으로만 자꾸 부르지 말고 용산으로도 불러주시면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이) 경제·민생 위기를 방관하고,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전 정권 지우기, 야당 때려잡기뿐”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지난 28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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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실상 진술 거부 … 추가 소환도 실질조사 난망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향후 2차 조사에서 최측근 비리 연루 의혹 등에 대한 보강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지난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계속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이번 2차 조사를 마친 뒤 다음달 중순쯤 이 대표의 구속 영장을 청구할 전망이다.

30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번 소환조사에서 1차 조사 때 확인하지 못한 정진상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측근 비리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에 맞서 이번에도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식으로 사실상 진술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1차 소환조사에서 150쪽 넘는 검찰의 질문지에 33쪽 분량의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진술을 반복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대응 전략’에 대해 이미 검찰의 기소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어 논리를 숨기고 검찰 질문을 통해 수사 내용을 탐색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법정에서 다툴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미리 파악해 재판 대비를 더 철저히 하려는 목적이란 얘기다. 검찰의 강제수사 명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 측에서) 출석 요구에 응하는 것과 별개로 검찰은 증거관계를 따져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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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특히 이 대표가 앞서 제출한 진술서에서 핵심 측근이자 사업 실무에 관여한 정 전 실장 혐의 관련 언급이 존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진술서에서 사실상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부패비리 의혹의 책임을 돌렸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공당 대표가 권력을 이용해 한때 자신을 도운 힘없는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했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같은 어마어마한 사업에 도움을 주고 유 본부장 개인이 지분을 받기로 했다면 상식적으로 약정서를 작성하는 등 지분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라도 해뒀을 것인데, 여기(대장동 사업)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면서 “이는 그 지분이 이 대표의 것이어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민용 변호사도 이날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2월경 유 전 본부장을 찾아와 금품으로 추정되는 것을 받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입장을 내고 “전혀 실체와 맞지 않고, 이미 공소제기된 기록과도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구속)으로부터 “2019년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를 만날 때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일보

지난 2022년 3월 14일 정민용 변호사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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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李 향해 “본인이 결백하다면 檢 질문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여당은 세 번째 검찰 출석에 응하겠다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뻔뻔한 정치인’으로 지칭하면서 수사에 응하는 이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아 난타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두 번째 검찰 출석 후에도 여전히 검찰 수사가 조작이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이 대표의 범죄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 대표와 검찰 중 하나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누가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지 국민은 기필코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가 지난 28일 검찰에 출석해 33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하고 이외의 진술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며 아전인수식 궤변을 쏟아냈다. 죄가 없다고 펄펄 뛰면서 검찰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결백하고 검찰이 잘못됐다면 검찰의 질문을 비판하고 조목조목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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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김석기 사무총장(오른쪽) 등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마스크를 벗은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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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 100만 민주당 당원을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처세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며 “출석 날짜와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해서 갔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점에서 억울하고 검찰이 무엇을 조작하는지 왜 말을 못하나. 그러다 보니 이 대표 이야기가 전부 허공의 메아리가 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존중하고 제대로 수사받고 억울하면 무엇이 억울한지 조목조목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추가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수사 협조가 아니라 수사 결과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겠다는 이재명식 정치투쟁 선언”이라며 “이 대표와 관련한 범죄혐의는 정치 영역이 아닌 사법 영역이다. 여론을 호도하고 방탄에 몰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법리적 부분에 대한 실체적 진술은 모조리 거부하면서 각종 국정 현안을 모조리 들고 와 방어 카드로 날리고 있다”며 “추가 검찰 출두 역시 ‘야당탄압’, ‘정적제거’를 외치기 위한 무대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흔들림 없이 지속해 그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야 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이 대표로 인해 무너진 정치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환·김현우·백준무·이종민·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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