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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어린이 ‘쌕쌕’ 소리 듣고 호흡기 질환 알아내는 인공지능(AI)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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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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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질환에 노출된 어린이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숨소리 ‘천명(喘鳴·wheezing)’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천명 또는 쌕쌕거림은 폐로 오가는 공기 통로(氣道)가 좁아지면서 숨쉴 때마다 가슴에서 ‘쌕쌕’ '그렁그렁'하는 호흡음을 말한다.

기도가 좁은 어린이는 천식ㆍ기관지염 등에 노출되면 이 같은 천명이 발생할 때가 많아 어린이 호흡기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천명을 판별하는 수단이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직접 숨소리를 듣는 전통적인 ‘청진(聽診)’ 방식에 머물러 있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검사법이 아니기에 의사 경험과 판단에 따라 정확도가 상당히 차이 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경훈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AI로 천명을 감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기존의 유사한 연구들에서 데이터 정교함과 모델 정확도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기에 부족하기에 어린이 호흡기 전문가들이 교차 검증한 실제 어린이 호흡기 환자의 287명의 호흡음을 기계 학습에 사용했다.

또한 연구팀은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AI의 학습 능력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34개 레이어의 레즈넷(ResNet) 인공 신경망 기술을 적용했다.

인공 신경망의 레이어는 필요보다 많으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기에 분석 대상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한데, 천명 발견에는 34-레이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개발된 알고리즘은 정확도 91.2%, 정밀도(동일 조건에서 측정한 값이 얼마나 일정하게 나타나는지 나타낸 수치) 94.4% 수준으로 임상 현장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높은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소량의 메모리 공간만을 필요로 해 향후 모바일 기기 등에 적용해 환자 개인별 상태를 시간ㆍ장소의 제약 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교수는 “어린이는 구조적으로 기도가 좁아 천명이 발생하기가 쉽고, 허파꽈리(폐포)의 표면적도 적어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견딜 수 있는 능력도 어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며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조기 진단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개인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번 AI 모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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