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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머니톡톡] 예상 밖 상승한 1월 주가, 랠리 쫓기보다 분산 투자로… “채권, 내수·자산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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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식 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오르는 것)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1월에 증시가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상승 구간에 진입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자니 ‘반짝 상승’을 끝내고 다시 떨어질 지 몰라 고민이 많다.


서울 광화문 소재 직장에 다니는 이모(35)씨는 올 들어 주식 시장이 예상과 달리 크게 오르면서 오히려 투자 방향을 잡기가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11.1% 오른 2484.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5% 오르는데 그친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물론 독일(8.7%), 프랑스(9.6%), 이탈리아(10.6%) 등 유럽 증시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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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0.55p(0.02%) 내린 2449.92으로, 코스닥은 3.43p(0.46%) 내린 735.19으로 개장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1원 오른 1232.5원으로 시작했다. 2023.1.3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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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증시가 당분간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하락했던 경기나 주가가 잠시 반등했다가 재차 하락하는 ‘더블딥’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가 증시의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고배당 주식과 고금리 채권 등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무모하게 상승 랠리를 쫓기보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배치해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낫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 주식 투자가 어렵다면 지수와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 긴축 완화 기대·달러 가치 하락에 국내 증시 강세… 더블딥 위험 여전

경기침체 우려에도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한 이유로는 ▲긴축기조 완화 기대 ▲작년 치솟던 미국 달러화 가치의 하락 ▲유럽의 에너지 위기 우려 해소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기업 실적 호전 기대감 등이 꼽힌다.

이영원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해처럼 고강도 긴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며 “여기에 유럽에서도 우려했던 겨울 에너지 위기가 결국 발생하지 않았고, 중국이 다시 대외경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지난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한국 증시로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예상과 달리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경우 최근의 증시 강세는 곧 꺾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섣불리 돈을 한 곳에 한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기업 실적 부진 등에 따른 더블딥 가능성도 여전히 크기 때문에 변동성 대응에 초점을 두는 투자 전략을 가져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채권·주식 결합해야… 미국채·KP물, 내수·자산주 주목”

미국채, KP물, 회사채 등 채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요가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적은 자산에 장기적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월 보고서를 통해 금리가 오를 때마다 미국 국채를 매수하고 포스코,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GS칼텍스 등 국내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달러채권인 KP물도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지난해부터 빠르게 하락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고, 최근 KP물의 금리가 원화 회사채보다 높아졌다는 게 추천 이유였다.

특히 KP물은 국내 기업이 발행하기 때문에 해외 기업에 비해 투자 정보를 얻기 쉽고, 국내 기준 신용 등급이 AA0~AA+에 달하는 초우량 채권이라 신용 위험이 낮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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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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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 채권은 경기침체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하이일드채권보다는 펀더멘털이 강한 우량 회사채 중심으로 접근하라”고 권고했다.

채권은 세금을 감안하면 직접 투자하는 게 나은데, 거래 금액이 적은 경우 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형 ETF에 투자하면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다.

내수주나 자산주도 안정성을 강화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투자할 만하다. 자산주는 PBR(Price Book-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주식으로 많은 자산을 가진 데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곳을 뜻한다. 다만 자산주의 경우 미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거래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 매출이나 이익 성장률 추이를 면밀히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자산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 올해 1월 외국인의 매수 등으로 수급에 눈에 띈 종목들은 IT 업종 외에도 은행과 철강, 유통,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자산주, 저PBR 업종이었다”고 분석했다.

ETF 시장 흐름도 궤를 같이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집계 기준 북미 지역 ETF 시장의 경우 주식형 ETF에서 전주 대비 약 2억달러가 유출됐고, 채권형 ETF로 2억2000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불확실성이 큰 투자 환경에서 주식보다 채권, 즉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이는 셈이다.

올 들어 자금 순유입 상위 5개 ETF 종목은 ▲BBEU(유럽 중대형) ▲SPY(S&P500) ▲IDEV/SPDW(선진국증시, US) ▲BNDX(글로벌IG, USD) 등으로 이 중 SPY를 제외한 4개 종목이 유럽 혹은 선진국 전반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였다.

채권형 ETF 종목군에서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LQD, 미국 7~1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IEF(중기국채), 투자등급 기업이 발행한 단기 회사채를 담는 VCSH(단기회사채), 신흥국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로 발행한 국채들을 담는EMB ETF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 기업 실적·긴축 강도·2년물 금리 추이 등 관건

이번 주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 등이 2월 국내 증시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현재 4.1~4.2% 수준에 있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 하락도 확인돼야 한다. 미 2년물 금리는 향후 2년 간 가중평균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중국 리오프닝과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 아시아 증시의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미국과 유럽의 긴축 강도가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증시 숨고르기가 진행되고 미국 2년물 금리의 하락 가능성이 부각되는 구간에서는 그 동안 부진했던 성장주 등이 빛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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