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원료가 성분인 미세플라스틱 마시면 폐 손상”
연구진 “일상적 마스크 착용은 문제되지 않아”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 전환 시행일인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쇼핑몰에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어 손에 들고 있다. 이날부터 대중교통, 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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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최근 일회용 마스크의 원료가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마스크를 계속 써도 될지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마스크를 폐기한 뒤 남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단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흡입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화학물질의 독성을 평가·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지난 달 25일 산하조직인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과 전북대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폴리프로필렌(PP) 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폐 손상을 유발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PP는 일회용 마스크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그러자 지난 3년 간 마스크를 줄곧 착용해왔는데, 정말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인지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폐 손상을 유발하는 것은 마스크 착용 자체가 아니라 마스크를 폐기한 뒤 남는 미세플라스틱이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흡입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성능 시험을 통과한 마스크를 착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은 물론 바이러스처럼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외부 유해물질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게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의 설명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길이 5mm 미만인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으로 규정하고 있다. 폐기된 플라스틱 제품이 광산화(빛의 흡수에 의해 일어나는 산화), 풍화, 자외선(UV) 등과 같은 물리적 힘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미세한 입자로 변화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특히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길이가 1㎛(마이크로미터, 1㎛는 0.001㎜) 이하, 또는 0.1㎛ 이하인 것을 나노플라스틱으로 더 세분화하기도 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 이규홍 단장에 따르면 대기 중에 부유하다 사람에게 흡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0㎛ 이하이다.
실험에 쓰인 PP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마스크 외에도 커피 전문점의 테이크아웃용 종이컵, 플라스틱 가구, 식품·약품 포장재, 투명 플라스틱 제품, 테이프, 가전제품, 섬유의류, 자동차 범퍼와 배터리 케이스 등 일상에서 두루 쓰인다.
그러다보니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로, 무게로 환산했을 때 신용카드 1장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내부 장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호르몬 작용 방해는 물론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 한 장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성과확산팀 유병아 팀장은 "마스크를 쓰고 단순히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거나 흡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버려진 뒤 미세플라스틱이 되기 위해선 물리적인 힘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분자 구조가 사슬처럼 연결된 고분자 물질이다. 여기에 습도, 자외선, 풍화작용을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겪으면 이 연결사슬들이 끊어지면서 미세화된다. 그 결과 작게는 수십㎚(나노미터, 1㎚는 0.001㎛)부터 크게는 수㎜까지 다양한 분포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만들어진다.
즉 개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하루이틀 동안 순간적인 바람이나 압력, 마찰 등으로 인해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는 상황은 가정하기 어렵다.
이규홍 단장은 "플라스틱의 에이징(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이 미세화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를 보면, 실험실에서 굉장한 가혹 조건에 플라스틱을 노출시켰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면서 "자연계라고 하면 수년에서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차(茶)를 우려내는 티백에 미세플라스틱이 아주 많은데, 마스크 보다는 이런 요인들이 미세플라스틱 흡입에 영향이 더 크다"며 "이번 연구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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