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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두색' 번호판 도입에 법인용 고가 외제차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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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부터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녹색 유력

슈퍼카 구입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법인차의 고가차량 구입 제동 기대

국민 84% 법인차 전용 번호판에 공감…정부측 "자율규제 '넛지효과' 기대"

전문가들 "연두색 번호판, 자랑거리 될 수도"…친환경차 혜택강화 등 발상전환 필요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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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가의 차량을 법인명의로 등록해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법인차 전용 번호판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일반 차량과는 다른 색의 번호판을 달아 눈치를 줌으로써 사적 사용을 막아보겠다는 것인데,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공청회를 통해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안을 공개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용역 결과 최종 후보로 선정된 2개의 번호판은 연두색 등 기존 번호판과는 다른 배경색으로 구성됐다.

국토부는 준비작업을 상반기 내에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새로이 등록되는 법인 승용차에는 새 번호판을 부착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같은 번호판 교체에 나선 것은 일부 법인사업자들이 사적으로 고가의 차량을 이용하면서도 이를 법인 차량으로 등록해 세금을 아끼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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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방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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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수입차 중 1억5천만원 이상의 럭셔리 차량의 판매대수는 2만4356대로 전년인 2021년 대비 27%나 증가했다.

1억5천만원 이상인 차량 중 78.2%는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인이 고가 수입차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간을 늘려 2018~2022년을 살펴보면 신규등록 취득가액이 1억원 초과~4억원 이하인 차량의 71.3%, 4억원 초과 차량의 88.4%가 법인 소유로 나타났다.

이처럼 '슈퍼카'로 불리는 고가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등록해 사업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나 자녀까지 마음껏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그동안 이런 행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같은 여론에 공감, 지난해 대선 당시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는 1년 만에 실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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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인차 전용 번호판으로 법인차 사적 이용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했으며, 79%는 도입 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번호판 색이 달라 누가 봐도 한눈에 법인차임을 알아볼 수 있으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서 사적 이용을 줄이거나, 고가의 자동차 구입을 자제하는 등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김종오 자동차운영보험과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와 다르게 일단 번호판만으로도 법인차량이 눈에 띄기 때문에 '넛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바람직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율 규제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넛지란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행위 대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행동 개선을 유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최동석 연구원도 "법인 승용차의 사적 사용을 자제하는, 국민들의 자율 규제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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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문가들은 이미 초고가 승용차를 법인 차량으로 등록해 사용함으로써 상당한 양의 세금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이 번호판 색깔을 의식해서 고급차량 구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중소 사업자나 이른바 엄마찬스·아빠찬스를 이용해 고가의 차량을 타고 다니는 젊은 층의 경우에는 '나 이런 차 끌 능력이 된다'며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을 자랑할 수 있다"며 "진입장벽을 높이거나 벌어져 있는 구멍을 좁히면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데 번호판만, 그것도 예쁜 색으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번호판 교체로 충분한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면 세제혜택을 친환경 차량 등으로 제한해 환경개선과 같은 효과라도 거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민대 권용주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통화에서 "번호판 색깔이 바뀌는 것이 싫은 법인 사업자들은 색이 바뀌지 않는 렌터카 등 얼마든지 대안이 있다"며 "업무용 차량 공제를 친환경차로만 제한하되 비용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고가이든 저가이든 친환경 차량 판매가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대기질 개선과 신산업 성장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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