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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다시 고개 드는 '팬덤정치'… “이재명 수비수라면 의원들은 공격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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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목소리만 좇는 강경행동 확산

처럼회 주축 의원 40명 국회 밤샘농성

김건희 특검·이상민 장관 파면 등 촉구

李 동행의원 출석 체크 리스트도 돌아

공천·평가 플랫폼 추진… 당심 반영 논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심화하면서 민주당 내 ‘팬덤정치’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자의 요구에만 부합하는 강경 행동이 당 안팎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 40여명은 1일 오후 8시30분쯤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도입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모여 밤샘농성토론을 벌였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에 앞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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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오전 배포한 밤샘농성토론 제안문에서 미온적인 당내 의원들을 향해 “내 앞에 공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무기력한 선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비수만 뛰는 경기는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무승부다. 집단적 방어에서 집단적 공세로의 전환만이 승리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김 여사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진행하는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정권 규탄 국민보고대회’를 앞두고 17개 시·도당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장외투쟁 강행 움직임에 반발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주말까지 반납해서 당대표를 지키자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고, 한 국회의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장외투쟁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장외투쟁이 강성 지지자가 주도하는 ‘당 갈라치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나오는 사람과 안 나오는 사람이 나뉠 텐데, 그렇게 되면 당을 갈라칠 단서만 더 생기는 꼴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진보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민주당 의원 169명을 이 대표 검찰 출석 동행 여부·검찰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 여부에 따라 분류한 명단이 돌고 있다. 이 명단 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으로 분류된 한 의원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

김두관 의원(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및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국회 밤샘 농성토론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검사 독재 정권에 당당히 맞서 민주당이 중심이 돼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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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는 되레 장외투쟁을 정례화하는 안까지 검토 중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주말 국민보고대회를 기점으로 해서 당 노선을 정할 것”이라며 “주중에는 민생을 챙기고 주말에는 장외 국민보고대회 등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별 사법 리스크 대응을 두고 강성 당원들에 의한 ‘당내 갈라치기’가 더욱 심화할 수 있는 셈이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중진 의원은 “결국 팬덤정치는 팬덤으로 이익을 보는 당사자들이 푸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들이) 팬덤에게 ‘그런 건 나쁜 행위’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당이 단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이 내년 총선 대비 당원관리프로그램 및 공천·평가온라인플랫폼 구축 입찰공고를 낸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공천에 당원 평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이자 당원 권한 강화의 일환”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승환·배민영·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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