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 "재개발 되면 300% 보상금 지급”···70~80대 노인 회유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적 근거 모호한 LH '주민봉사단'

숭인지구 재개발사업 속도 높이려

주민단체 운영비 월 800만원 지급

사업 중단시 손배책임 불분명 우려

LH "약정 체결해 문제 없다" 입장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지부진한 공공재개발 사업의 주민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주민봉사단을 임의로 구성해 80대 노년층을 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또 봉사단이 주민동의서를 받는 등 업무 추진 명목으로 LH에서 매월 현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현금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주민과의 약정만으로 매월 수백만 원의 현금이 지급되는 만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LH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 1169번지 일대 재개발지역 주민단체인 ‘주민봉사단’에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사무실 운영비·인건비 명목으로 매월 8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봉사단에 지급된 금액은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LH에 따르면 현재 주민봉사단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은 숭인·상계3·거여새마을지구 세 곳이다.

재개발구역에서 일반적으로 주민동의율 50% 이상을 확보한 ‘주민준비위원회’의 경우 주민 대표성이 확보된 만큼 현금 지원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숭인지구 주민봉사단은 재개발 초기 전체 주민 124명 중 불과 10여 명의 주민들로 구성됐던 것으로 알려져 지급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LH가 숭인지구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과정에서 비용 지원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원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어 임의로 현금 지원이 이뤄지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등에 책임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인건비 및 운영비를 목적으로 지원비를 지급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주민봉사단이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 단위인 만큼 LH가 봉사단에 돈을 지급하는 것 또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련 법이 존재하지 않으니 LH의 회계 처리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다수의 숭인동 주민들은 지역 거주민들이 대부분 70~80대 노인인 것을 악용해 주민봉사단 측 관계자가 거짓사실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공시지가의 200~300% 수준의 과도한 추정비례율을 약속하는 등 주민들을 사실상 기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주민봉사단이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상대로 재개발 과정과 결과를 허위로 설명하며 동의율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숭인동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A 씨는 “외부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그나마 낫지만 기초수급을 받으며 지역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경우 과도한 분담금에 떠밀려 살던 곳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한 평생을 거주하신 분들에게 사탕발린 소리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현재 주민봉사단은 주민동의율 50%를 확보해 주민준비위원회의 구성요건을 갖췄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봉사단장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임의적으로 동의서를 받아내려고 하는 상황에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LH 측은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기존의 주민조직은 준비위원회 구성을 위한 주민동의율 50% 달성을 하지 못해 (재개발 과정이) 장기간 지연됐다”며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주민봉사단을 공개 모집 방식으로 구성했고 주민의 요청으로 주민봉사단과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운영 경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