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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스마트폰에 얼굴 갖다댔더니… “뇌졸중입니다, 빨리 병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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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비대칭 감지해 조기 진단

응급치료 앞당겨 뇌졸중 치료율 ↑

만성질환, 헬스케어앱 활용 기대

동아일보

헬스케어 앱 화면 사진. 사진 출처 프로케어먼트


뇌졸중의 주요 증상인 안면 비대칭을 거의 정확히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왔다. 수면장애, 중독 등 정신질환 분야나 인지행동 교정에 주로 활용됐던 헬스케어 앱이 만성 질환 및 급성 질환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라도슬라프 라이체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FAST.AI’라는 AI 기반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신경과 전문의만큼 정확하게 뇌졸중 증상을 포착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앱이다. 연구 결과는 8∼10일(현지 시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2023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뇌졸중은 미국에서 사망 원인 5위이자 장애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뇌졸중 사례의 약 85%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뇌혈류가 차단되는 ‘허혈성 뇌졸중’이다. 미국심장협회 산하 미국뇌졸중협회에 따르면 허혈성 뇌졸중의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1분당 190만 개의 뇌세포가 손실된다. 1시간이 지나면 1억2000만 개의 뇌세포가 없어진다. 아무리 늦어도 3시간∼4시간 반 사이에 치료를 받아야 남은 일부의 뇌세포라도 살릴 수 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첫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90분 이내인 경우 90분이 넘은 환자보다 회복될 가능성이 3배 더 높았다.

FAST.AI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안면 비대칭, 팔이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감각 장애, 언어 변화 등 일반적인 뇌졸중 증상을 인식한다. 환자의 얼굴 영상에서 68개 특정 포인트를 분석하고 스마트폰의 센서가 팔의 움직임과 방향, 음성인식모듈이 음성 변화 등을 감지해 뇌졸중 증상을 찾아내는 원리다.

연구팀은 2021년 7월∼2022년 7월 불가리아 4개 도시에서 병원 입원 후 72시간 이내 급성 뇌졸중 진단을 받은 약 2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FAST.AI의 성능을 검증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71세, 여성은 41%였다. 분석 결과 FAST.AI가 환자의 뇌졸중 관련 안면 비대칭을 거의 100% 확률로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의 감각 장애 인식 정확도는 3분의 2 이상이었다. 음성인식모듈의 경우 테스트가 더 필요하지만 예비 분석을 통해 환자의 불분명한 음성을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체프 교수는 “많은 뇌졸중 환자가 혈전 용해 치료를 위해 적절한 시간 내에 병원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FAST.AI가 뇌졸중의 징후와 증상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미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약물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인 ‘리셋’이 알코올·대마·코카인 중독자들의 인지행동 치료의 효과를 입증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스마트폰 앱은 불안장애, 공황장애, 약물중독 등 인지행동치료와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 개선 효과가 큰 질환에서 예후 관리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부전 환자를 위한 앱 ’프로헤르츠(ProHerz)’가 대표적이다. 혈압, 심박수, 혈중 산소 포화도, 체중, 체온 등의 생체신호를 케어센터 시스템에 전송하고 환자에게 쉬운 그래픽으로 피드백을 줌으로써 행동 개선을 장려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자동차 운전 게임 앱, 당뇨병 환자의 생활습관 관리로 체중을 감량시키는 앱 등도 있다.

윤영혜 동아사이언스기자 y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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