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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식당 대기번호 1000번… 보복 소비에 마카오 카지노는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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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

춘제 연휴 中전체 관광객 3억명

2일 오후 베이징 궈마오(國貿)의 백화점 2층 카페. 30여 석이 가득 차 손님들이 서서 음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직원은 “지난해 말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백화점이 한산했는데 지금은 손님들이 카페에서 자리 쟁탈전을 벌인다”고 했다. 전날 베이징 다싱(大興)의 대형 쇼핑몰에는 하루 5만명이 몰려들어 푸드코트에서 번호표를 나눠주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춘제 연휴에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번호표(排號)’와 ‘줄 서기(等位)’였다. 메이퇀(중국판 배달의민족)은 “대기 번호가 1000번이 넘는 식당이 나왔다”고 했다. 이 기간에 중국 내 관광객은 3억명을 돌파했고, 영화 티켓 수입은 67억위안(약 1조2200억원)을 넘어 역대 둘째로 높았다. 하이난의 인터넷 쇼핑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늘어난 33억위안(약 6000억원)에 달했다.

1월 제조업·비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 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50)을 돌파했다. PMI는 경기 선행지표로, 기준선을 넘기면 경기 개선을 의미한다. 펑링 둥팡진청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소비 회복 추세가 예상치를 초과했다”고 했다.

중국의 방역 전면 완화(지난해 12월)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3년간 꾹 참아온 14억 중국인의 ‘보복 소비’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인들이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초과 저축’이 7200억달러(약 880조원)라고 최근 추산했다.

지난달 27일 고향 마카오를 방문한 베이징의 대학원생 A(29)씨는 카지노에 들렀다가 길게 늘어선 중국 본토 관광객의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임 테이블의 최소 배팅 금액은 지난해(300위안)의 5배인 1500위안(약 27만원)으로 올라 슬롯머신만 하다 돌아왔다고 했다. A씨는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들어 코로나 팬데믹 내내 텅 비어 있었던 마카오 카지노들이 다시 인산인해”라며 “마카오 명물인 아몬드 쿠키와 육포가 가게마다 다 팔려나가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춘제 연휴(1월 21~27일)에만 관광객 45만명이 마카오를 방문했다. 지난달 마카오의 카지노 수익은 14억달러(약 1조7200억원)로, 코로나 초기인 2020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한때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6배 수입(2019년 기준)을 올렸던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중국이 침체된 세계경제의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지난해 10월)에서 5.2%로 상향 조정하며 “중국의 경제 재개가 생산량 증가, 공급망 혼란 감소 등을 통해 세계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도 중국의 소비 회복에 힘입어 대중(對中) 수출 부진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76%(2021년 기준)가 중국 내수용이다.

빠른 소비 회복에 힘입어 중국의 주요 산업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7%로 상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는 중국 IT 기업들을 다시 추천 종목에 올렸다. 중국 에버브라이트증권은 “관광과 외식, 엔터테인먼트, 소매 분야 소비 수요가 급증한다”고 했다.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도 시차를 두고 회복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춘제 등에 따른 조업 중단으로 회복세가 더딘 제조업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재정 지원에 나선 부동산 시장이 다소 안정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2일 중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에서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신호가 포착돼 연예인들과 계약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했다. 중국 CCTV는 “닝샤와 허베이, 산둥, 장쑤 등에서 채용 박람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 확산 위기를 넘겼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1일에는 “중국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뒤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 수가 정점 때보다 약 90% 줄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폭넓은 분야에서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중국의 리오프닝이 세계 물가를 끌어올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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