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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찾는 질병 단서
눈이 아프거나 불편하면 눈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본인도 모르게 앓고 있는 전신 질환이 있을 때 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러 전신 질환은 신체 부위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눈도 예외가 아니다.
조모(43)씨는 요즘 부쩍 눈이 부어 신경이 쓰였다. 눈이 건조해 콘택트렌즈도 착용하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주변인들로부터 눈이 조금 튀어나와 보인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눈병이 심하게 났나 싶어 병원에 가서 검사한 결과, 정작 눈이 아닌 갑상샘 질환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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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눈의 망막에 변화 유발
갑상샘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갑상샘호르몬을 분비해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갑상샘 질환자의 25~50%에서 눈과 관련한 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갑상샘이 갑상샘호르몬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의 20% 이상에서 안구 돌출이 나타난다. 갑상샘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외부 균을 공격하는 항체가 자기 안구 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눈 주변의 근육과 지방 조직에 이상 반응을 일으켜 안구 돌출을 유발한다.
이땐 갑상샘 질환 자체에 대한 치료와 함께 안구 돌출과 눈의 불편감을 줄이는 조치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중앙대병원 안과 이정규 교수는 “눈의 변화가 아주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실제 안구가 돌출돼도 본인이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안과에 들러 시력, 안압, 안구돌출 지수, 안구 운동 장애 등을 검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곳곳의 세포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눈 속을 잘 관찰하면 혈관의 미세한 변화를 일찍 발견할 수 있다. 혈관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눈의 망막 혈관에 다양한 변화를 유발한다. 망막 혈관이 혈압을 견디지 못해 출혈이 일어나는 망막혈관폐쇄가 대표적이다.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생겨 안과에서 진료를 받고서야 고혈압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도 있다. 질병의 악화를 막으려면 혈압 조절에 나서야 한다. 1년에 1~2회 정밀 망막 검사를 받는 것도 필수다. 특히 동맥이 막히는 망막동맥폐쇄는 안과 영역의 응급 질환에 해당하므로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심한 두통이 함께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복시는 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복시를 유발할 수 있는 전신 질환 중 하나가 당뇨병이다. 복시가 나타나 병원에 갔다가 당뇨로 인한 신경마비 증상으로 진단된 경우가 꽤 있다. 높은 혈당 수치는 크고 작은 혈관 모두를 좁아지게 만든다. 좁아진 혈관은 신체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혈류를 감소시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안구 운동을 조절하는 3·6번 뇌 신경에 장애가 일어나 근육이 마비되면 복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땐 혈당 수치 조절과 함께 한쪽 눈을 가리거나 프리즘 안경을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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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 건조 땐 쇼그렌증후군 의심
눈앞이 갑작스럽게 깜깜해지는 일과성 흑암시도 전신 질환의 신호로 볼 수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일시적인 시력 소실로 수초에서 수분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되는 게 특징이다. 외관상으론 이상이 없지만 검은 커튼이 처져 있는 것처럼 앞이 잠깐 보이지 않는 증상을 겪는다. 특히 아래턱 좌우에서 조금 내려간 부위에 자리한 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협착이 생겼을 때 일과성 흑암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경동맥 협착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혈관의 절반이 막혀도 환자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다. 재발 위험이 크고 좁아진 혈관 탓에 혈류 저하가 만성화하면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는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거나 갑작스럽게 손발의 힘이 빠지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초음파검사를 통해 혈관의 협착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안구 건조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세다. 그러나 기저 질환이나 약 복용력이 없는 데도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건조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성적인 자가면역 질환으로 눈물샘·침샘 등 외분비샘에 림프구라는 세포가 많이 몰려들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켜 분비샘 기능을 떨어뜨린다. 다른 질환 없이 쇼그렌증후군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일차성의 경우 주로 눈과 입에 영향을 미친다. 눈에 모래가 낀 듯 불편하고 충혈이 잦으며 입 마름을 호소하는 식이다.
쇼그렌증후군은 대부분 남성보단 여성, 특히 중년 여성 환자의 비중이 크다. 40대 이후 여성에서 안구 건조증이 오래갈 경우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인공 눈물을 자주 넣고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며 안구 건조에 따른 각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권장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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