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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다가올 여름이 두려워”…난방비 충격에 ‘전기료 폭탄’까지 서민들 웃을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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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역·중앙난방비 ㎡당 334→514원
1월부터 전기요금도 9.5%↑
정부, 차상위 계층까지 난방비 지원 발표
천문학적 비용과 중산층 기준 모호는 문제


매일경제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기계량기를 실펴보고있다. 정부가 내년 1분기부터 전기료를 10% 가까이 킬로와트시당 13.1원씩 올리기로 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요금이 4000원 넘게 오를 걸로 예상하고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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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겨울철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받게 될 관리비 고지서에는 전기료마저 대폭 인상될 예정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여기에 이달 전기료도 4인가구 기준으로 1만1000원가령 오를 전망이다. 30%에 육박하는 인상률이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올 여름을 걱정하는 이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여름철에는 냉방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달 받는 관리비 고지서에서 지난달 사용분의 전기료는 평균적인 4인 가구(겨울철 월평균 사용량 304kWh)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만120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 하는 요금 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써 지난달 전기요금은 전월 대비 9.2%, 작년 동월 대비로는 29.5%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 인상된 전기요금이 19.3원임을 고려할 때 올해 1분기 인상폭은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4인 가구 기준으로 1년 사이 전기료가 4만5350원에서 5만6550원으로 약 24.7% 증가한다. kWh(킬로와트시)당 전기료가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19.3원, 올해 1월 13.1원 오르며 총 32.4원 인상된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지역난방·중앙난방 기준)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해 12월 514원으로 53.9% 올랐다.

지역별로는 세종(1075원)의 난방비가 같은 기간 55.6% 상승하며 ㎡당 1000원을 넘어섰다. 세종시 다정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유모(30)씨는 관리비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난방비와 전기세를 포함한 요금이 한 달 새 2배로 늘어난 29만8000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유씨는 “난방을 틀지 않고 겨울용 패딩점퍼를 입고 잠을 잔다”면서 “남편도 매일 하던 목욕을 포기할 정도로 난방을 아끼고 있는데 다음 달에 관리비가 또 얼마나 나올지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에 이어 ㎡당 난방비는 경기(848원), 서울(767원), 인천(675원), 대전(638원), 충북(515원), 대구(396원) 등의 순으로 많이 들었다.

수도권의 경우에도 2021년 12월 대비 서울(59.5%), 경기(55.3%), 인천(52.4%) 모두 인상률이 50%를 넘었다.

난방 방식에 따른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올랐으나 올 겨울철에 강력해진 한파로 난방 수요가 대폭 늘면서 실질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높은 50%(1.5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 말 정부의 전기료 인상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kWh당 13.1원 급등하며 2차 오일쇼크 시기였던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고 인상 폭을 기록할 예정이다. 인상률은 9.5%에 달한다.

전기난로나 온풍기, 라디에이터와 같은 난방 장치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올겨울 한파에 전기 사용량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각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는 관리비에 대한 불만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중앙난방을 하는 아파트 단지의 한 주민은 최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오지 않도록 관리사무실에 전화 한 통씩 넣어주면 좋겠다. 이러다간 다음 달에 관리비 폭탄 맞는다”고 말했다.

정부, 난방비 지원 확대…천문학적 비용에 기재부 난색
난방비 인상 비명에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액을 2배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한 지 6일 만에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이로써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이 3월까지 총 59만2000원의 난방비를 일괄 지원받게 됐다. 정부는 이번 추가 지원으로 약 3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절기 취약계층 보호 난방비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대해 기존 난방비 지원에 더해 총액 59만2000원의 혜택을 일괄적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96만1000여 가구가 추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상위 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월소득이 조금 많은 단계로 기준 중위소득의 50%(4인 가구 기준 약 270만원) 이하인 가구를 말한다. 작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는 169만9000가구, 차상위 계층은 31만9000가구다. 이번 조치로 에너지바우처를 수급하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은 기존에 받던 가스요금 할인 14만4000원에 더해 추가로 44만8000원을 할인받게 됐다.

이번 대책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서로 다른 액수의 난방비를 지원받고, 잠재적 빈곤층인 차상위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됐다.

이번에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난방비 59만2000원은 기존 가스요금 최대 할인액(28만8000원)과 가구별 에너지바우처 지원 평균액(30만4000원)을 더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최대 지원을 받는 생계·의료형 수급자가 지원받는 수준이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주거형 수급자와 교육형 수급자는 각각 14만4000원, 7만2000원의 가스요금 할인을 모두 59만2000원으로 끌어올린다.

난방비 추가 지원은 작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동절기 4개월의 가스요금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 납부한 지난해 12월 난방비는 향후 납부 금액에서 소급해 할인해준다.

정부 발표에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미 취약계층을 위해 비상금까지 갖다 썼는데, 대상을 확대하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추경 편성 요구가 나오고 있으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기재부의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산층 지원이 ‘포퓰리즘’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대통령실과 국회가 함께 현재 방침을 밀어붙인다면 기재부가 완강히 거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산층 기준이 모호하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중산층은 중위소득계층을 일컫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 75~200% 사이의 소득 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통계청은 중위소득 50~150%의 더 좁은 범위로 설정했다가 지난해부터 두 기준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라도 우리나라 총인구의 60%는 중산층에 해당한다. 최근 취약계층 약 200만 가구를 지원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3000억원에 달했다. 중산층까지 포함될 경우 필요한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에너지바우처 지급을 확대하며 예산 18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 중 1000억원은 예비비에서 끌어왔다. 올해 예비비는 총 4조6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근 3년과 비교하면 규모가 축소됐다.

아직 전염병 사태가 끝나지 않은 데다, 여름철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을 감안하면 중산층 난방비 지원에 예비비를 투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중산층 난방비 지원의 해법은 추경밖에 없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에너지 비용 지원 논란이 난방비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달부터는 전기요금 상승분이 반영되는 데다, 여름이 오면 냉방비 폭증에 따른 에너지비용 부담 가중이 불보듯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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