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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 보존 팩트체크
최근 결혼이 늦고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임력 보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임력은 말 그대로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현재 가임력 유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것은 ‘동결 보존’이다. 늦은 임신을 계획하는 경우 난자·정자 동결과 같은 가임력 보존 시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난자와 정자를 냉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 중에는 난임을 과하게 염려하는 속설도 적지 않다. 가임력 보존에 대한 다섯 가지 궁금증을 팩트체크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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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동결은 어릴 때 할수록 좋다 O
빨리 준비할수록 임신에 유리한 것은 맞다. 동결 시기가 빠를수록 양질의 난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그 수가 결정된다. 평균적으로 200만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가 감소한다. 특히 35세 이후엔 난자의 질도 저하돼 가임력이 크게 떨어진다. DNA 손상 비율에 따른 태아의 염색체 이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나아가 40세 이상이 되면 임신 가능성은 5% 정도로 매우 낮아진다. 따라서 난자 동결 보존은 너무 늦기 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난자 동결은 과배란을 유도해 채취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임신이 가능한 시점에 동결된 난자를 해동한 뒤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너무 어릴 때 난자 냉동을 하는 것은 무리다. 불필요한 시술 때문에 신체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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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노화 속도가 느려 동결 효율성이 낮다 △
태어날 때부터 난자 수가 정해지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일생 주기적으로 정자를 생산한다. 난자보다 정자의 노화 속도가 느린 것은 맞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액량과 정자의 운동성은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남성의 가임력 저하 시점이 늦기 때문에 정자 동결은 난자 동결만큼 활발히 이뤄지는 편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건강 상태에 이상이 생겨 향후 정자의 질이 나빠질 게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자 냉동 시술을 고려한다. 냉동을 일종의 보험으로 여기는 것이다. 단순히 노화로 인한 가임력 저하를 염려해 정자 동결을 선택하는 것은 난자 동결만큼 효율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정자의 질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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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정자 냉동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O
난임 위험이 크거나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의 경우가 그렇다. 여성의 경우 조기 폐경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난자 동결 보존 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조기 폐경 고위험군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궁내막증 등 난소 기능에 영향을 주는 부인과 질환이 있을 때도 가임력 보존이 필요하다. 남성의 경우 고환암 치료를 앞둔 미혼 남성이 가임력 보존을 위해 정자 냉동을 고려하는 사례가 많다. 정자 냉동은 암 치료 전 정액을 채취한 다음, 활동성이 좋은 정자를 충분히 성숙시킨 뒤 영하 196도 액체질소에 동결 보관한다. 유리화 동결법(vitrification)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해동 난자·정자의 회복력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주로 암 치료를 앞둔 환자가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동결 시술을 시행했지만, 최근엔 늦은 결혼과 임신을 이유로 동결 보존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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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 난자·정자를 활용하면 임신 성공률이 떨어진다 X
냉동 배아 이식의 임신 성공률은 일반적인 시험관 시술(난자 채취 후 수정된 배아를 3~5일 후 이식하는 신선 배아 이식)과 비슷한 편이다. 이와 관련된 장기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임신 성공률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출생아의 건강 상태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보고되진 않고 있다. 난자·정자의 동결 보존 기간이 길어도 수정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엔 14년 동안 동결 보존돼 있던 난자로 수정이 이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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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과 생활습관은 큰 연관성이 없다 X
생활습관도 가임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임신을 계획한다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담배를 피우면 난자 수가 확 줄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된다. 음주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여성호르몬을 교란해 생리불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비만·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사전에 관리하고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만성질환은 임신 합병증을 부르고 태아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만은 남성 난임의 주요 인자로 꼽힌다. BMI(체질량지수)가 높아지면 정액의 양과 정자 수,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걷기·조깅 등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가임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고환을 이루는 단백질은 열과 마찰에 민감하기 때문에 운동할 땐 꽉 끼는 바지 대신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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