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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설에 만난 아들, 마지막 조업이라고 했는데”…애타는 청보호 전복 실종자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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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5일 오전 전남 목포시 신안군수협 회의실에서 청보호 전복 사고의 실종자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전날 오후 신안 해상에서 24t급 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돼 3명이 구조되고 9명은 실종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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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까지만 배 타고 기술 배워보겠다는 아들이었는데…”

5일 청보호 전복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목포시 신안군수협 회의실은 적막감이 가득했다.

실종자 구조와 가족 지원 등 사고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구조 당국의 약속도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조금의 위로도 되지 않는 듯했다.

애타는 심정을 대변하듯 실종자 가족들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깍지를 쥔 손의 떨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선원 이모씨(45)의 아버지 A씨(75)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이날 새벽 부랴부랴 이곳을 찾았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A씨는 두 달 전 심장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아 안정이 필요한 상태다.

A씨는 “지난 설 명절 아들이 이번을 끝으로 더는 배를 타지 않다고 약속했는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허망해했다. 이어 “큰아들은 이민을 갔고, 이제 이곳에 혈육이라곤 하나 남았다. 아들이 잘 못된다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기관장 김모씨(64)의 아내 B씨(64)도 가만히 고개를 떨군 채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의 곁에는 아들과 딸도 함께였다.

그는 지난 1일 ‘진도에 입항했다는 남편의 전화가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B씨는 “남편은 30여년 넘게 배를 타왔다. 평소와 같이 잘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사고가 났다니 믿기질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B씨는 “남편이 내년에는 뱃일을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했다”며 “이제 고생 그만하고 편안한 삶을 보낼 일만 남았는데. 이처럼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어디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무사히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 당국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선장 이모씨(50)의 아내 C씨는 하염없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C씨의 카카오톡 대화방은 결혼식 때 촬영했던 사진이 배경으로 설정돼 있었다. C씨는 “남편과 4일 오후 10시24분쯤 영상 통화를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상은 없었다”며 “구조 소식이 들리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1시 19분쯤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북서쪽 16㎞ 해상에서 24t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선원 12명 중 3명을 구조했다. 유모씨(48)·손모씨(40), 인도네시아인(23) 등이다.

경향신문

5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경전용부두에 전날 전복한 어선 청보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선원 3명이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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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3명은 이날 오전 사고해역에서 목포해경전용부두로 들어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부축을 받으며 하산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부두에서 구조된 선원들을 재회한 가족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쏟아냈다. 한 여성은 울음을 터뜨리며 남편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이에 구조된 선원은 “응 괜찮아”라고 힘겹게 답하기 도 했다.

구조된 선원 3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이후 안정을 되찾으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경 등 구조당국은 구조된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실종자가 바다에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구조 당국은 수색 영역을 사고 현장 주변 해역까지 확대하고 나머지 선원들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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