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이달 6일까지 국내 조선 3사 주가는 큰 폭 상승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15.2% 올랐고, 한화그룹이 인수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22.1% 급등했다. 9년 만에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삼성중공업은 12.7% 올랐다. 2015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조선 업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상 운임이 급등하자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선박을 주문했는데, 국내 조선사 빅3가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면서 이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선박 수주 경쟁이 치열해 낮은 가격에 수주한 물량이 조선 업체의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부터는 높은 가격에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가 시작된다.
세계 최대 규모인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4척이 동시에 건조 되는 모습./대우조선해양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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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자 기자재 업체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부 증권사는 “조선 업체의 수주 잔고가 쌓이면 이들이 부품 등을 공급받는 기자재 업체도 시차를 두고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며 최근 조선 기자재 업체들에 대한 ‘매수’ 의견을 새로 내놓았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체들의 선주로부터 선박을 수주한 뒤 조선 기자재 업체가 매출을 인식하기까지 리드타임이 12~18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 하반기부터 블록, 엔진, 보냉재, 전기·통신, 배관, 친환경설비 등 기자재 업체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조선기자재 업체는 2025년까지 수주 잔고를 쌓아놓은 상태”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외형 성장과 마진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조선 업황이 개선될 때 조선사보다 기자재 업체의 실적이 더 큰 폭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조선업이 오랜 불황을 겪으면서 많은 기자재 업체가 사라지면서 경쟁이 완화됐고, 기자재 업체는 대기업인 조선업체보다 임금 수준이 낮아 건조 물량과 선가가 높아지는 구간에서 고정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가가 급등한 조선주와 달리 기자재 업체의 주가는 다소 부진하다. 올해 들어 HSD엔진 주가는 2.8% 오르는 데 그쳤고, 동성화인텍도 4.4% 올랐다. 삼강엠앤티 주가는 지난해 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조선사에 피팅품을 납품하는 성광벤드 주가는 올해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 그나마 한국카본이 7.4% 올랐고, 세진중공업의 경우 14.3% 상승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조선업종의 부진이 워낙 장기화된 상태라 업황 회복에 대한 확신이 주가를 꾸준히 밀어 올리기에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해양조선의 경우 현대삼호중공업을 상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반면 기업 규모가 작은 기자재 업체의 경우 주가 상승 요인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 정도라, 전망대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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