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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실험실 창업] 스마트폰만 있으면 '댕댕이 사이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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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기자]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이라면 누구나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을 거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사람처럼 일일이 입어본 뒤 살 수도 없고,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기도 어렵다. 사이즈를 안다고 한들, 옷마다 기준이 달라서 실패하기 일쑤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홍주영(24) ㈜시고르자브종 대표가 AI로 사이즈를 측정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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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영 ㈜시고르자브종 대표는 AI 기술로 강아지 옷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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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스타트업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요.

"쑥쑥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아직은 사료나 간식 시장이 가장 큽니다. 최근엔 펫드라이룸, 반려견용 CCTV 등 프리미엄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 시고르자브종은 강아지 옷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플랫폼 '도글리(Doggly)'를 오픈해 운영 중입니다. 어떤 서비스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시고르자브종은 2022년 4월 법인을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지난해 7월 오픈한 도글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반려동물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그걸 토대로 강아지 옷 사이즈를 추천해줍니다."

시고르자브종은 '시골 잡종'을 재미있게 늘린 신조어로 잡종견 또는 믹스견을 뜻한다. 홍주영 대표는 "견주 입장에선 강아지 중에서도 종이 특정되지 않은 시고르자브종의 옷을 사는 게 무엇보다 힘들다"며 "이런 견주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 AI로 반려동물 사이즈를 측정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고객(견주)께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강아지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시면 그걸 기반으로 강아지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는 겁니다. 목·가슴둘레, 등·다리 길이 등 옷을 구매할 때 필요한 사이즈를 자동으로 분석해 사이트 내 강아지 정보로 저장하죠. 그 정보를 토대로 강아지 옷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거고요."

✚ 그럼 고객은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만 하면 되나요?

"네. 일반적으로 사진을 통해 사이즈를 측정하려면 특수장비를 활용하거나 물체를 360도로 촬영해야 하는데, 그 장비를 갖추고 있는 고객이 얼마나 있겠어요. 우리는 '3M' 기술을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3M은 Measuring(측정), Modeling(모형), Matching(맞춤)을 뜻한다. 컴퓨터 비전(컴퓨터를 사용해 인간의 시각적 인식 능력을 재현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고, 그걸 모델링해 맞춤 상품과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AI 기술이다.

✚ 정확도는 얼마나 나오나요?

"약 95% 정도입니다. 이 정도도 충분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일 것이고, 그러면 정확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겁니다."

✚ 이 아이디어를 '창업 수업'에서 얻으셨다고요?

"대학교 3학년 때 창업 수업을 들었는데요. 전공이 전기전자컴퓨터공학이어서 '기술을 반려동물시장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반려동물 시장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데, 사람에게 적용하는 기술들이 반려동물까진 미치지 않잖아요."

✚ 그런데 왜 강아지 옷 사이즈를 추천해주는 아이템으로 결정하신 건가요?

"처음엔 '강아지가 옷 입은 모습을 증강현실(AR)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했습니다."

✚ 옷이 어울리는지 미리 보여주는 거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고객 인터뷰를 해보니, 정작 고객들이 궁금한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 뭘 궁금해하던가요?

"강아지가 옷을 입었을 때 어떤 핏(Fit)이 나오는지보다 어떤 사이즈를 사야 하는지를 더 궁금해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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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입히던 사이즈대로 구매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시중에 있는 강아지 옷은 사람 옷처럼 사이즈가 S, M, L 등으로 정해져 있어요. 문제는 강아지 체형이 사람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겁니다. 견종이 많잖아요. 믹스견도 있고요. 그 때문인지 강아지 옷은 사이즈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요. 평소 M사이즈를 입는다고 해서 모든 옷의 M이 맞는 건 아니라는 거죠."

✚ 사람도 마찬가지죠.

"강아지 옷은 특히나 그 편차가 더 커서 견주들이 굉장히 불편해하더라고요."

✚ 그래서 사업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셨나요?

"아이디어 자체는 좋은데 이게 창업까지 이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담당 교수님께서 프로젝트로만 끝내긴 아쉽다며 창업경진대회나 창업지원 사업을 알아보라고 추천해주셨습니다."

✚ 교수님께선 가능성을 확신하셨던 모양입니다.

"기대 이상으로 성과가 잘 나왔어요.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등도 했고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유효한가'란 궁금증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실험실 창업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에 선정돼 고객 인터뷰를 통해 시장 니즈를 파악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면서 점점 확신이 들었죠."

✚ 애초에 창업 수업을 수강했던 건 창업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나요?

"창업 자체보다는 창업 현장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들 열정이 넘치잖아요. '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창업이란 게 대체 뭘까'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다' 이런 궁금증과 욕구가 더 컸습니다."

✚ 현재 경험하고 있는 창업 시장은 어떤가요?

"초반에 시장성을 검증하고 베타테스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학업과 병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더라고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란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휴학하고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창업이란 게 제로에서 시작해 뭔가를 계속 만들어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참 어려운데, 한편으론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 현재 도글리에 입점한 업체는 몇 곳이나 되나요?

"6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반려동물 플랫폼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사료나 용품에 집중돼 있어요. 강아지 의류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건 시고르자브종의 도글리가 유일합니다. 일단은 의류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 도글리를 전문플랫폼으로 키우고 싶으신 거군요.

"강아지 옷은 도글리에서 사는 것이 당연해지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온라인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요. 그래서 오프라인 시장도 함께 겨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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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아이템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반려동물 이동 가방이나 유모차 등 사이즈가 필요한 것에도 우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 과정을 기록할 수도 있고요. 다양한 아이템이 가능합니다."

✚ 시고르자브종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도글리를 통해 견주들이 사이즈 걱정 없이 편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내 온·오프라인 시장을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도 계속 테스트를 할 거고요.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예정입니다. 최종 목표는 반려동물 의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거죠?

"지금까진 눈대중으로 반려동물 옷을 샀다가 맞지 않으면 교환하고, 그것도 번거로우면 아예 구매 자체를 포기했어요. 앞으론 도글리를 통해 그런 고민을 더는 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어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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