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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지점 폐쇄는 공공성 간과”에도, 돈안되는 점포에 은행권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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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폐쇄 바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다. 은행권은 난색을 보인다. 비대면 업무가 대세로 자리 잡고 내방 고객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와 같은 비용을 들여가며 점포를 유지해야 할 유인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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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부터 은행 영업 시작 시간이 기존 오전 9시30분에서 9시로 복원됐다. 이날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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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점포 폐쇄 현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점포 폐쇄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점포 폐쇄 결정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폐쇄 최소 3개월 전에 고객에게 공지토록 하는 내용의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의 이런 방침은 은행이 너무 빠른 속도로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곧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 가속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자금중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등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 영업점 폐쇄 지속과 같이 서민·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하는 등 공공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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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3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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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거리에서 은행 점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국내 시중‧지방‧특수은행을 합친 17개 은행의 점포 수는 2015년 말 7158곳이었다가 2017년 6791곳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는 5858곳으로 6000곳을 밑돌았다.

은행권은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지 않다고 우려한다. 한 은행업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 빠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점포 감소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없다”라며 “비대면 은행 업무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수익만 고려하면 시중은행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지금 수준의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점포가 하나도 없는 인터넷은행도 등장한 상황에서 시중은행에만 점포 유지를 강권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은행권은 점포가 통폐합된 지역에 타 은행과 공동점포를 개점하거나 편의점 점포망을 활용한 특화점포를 개점하며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점포 축소가 불가피한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은행의 점포 폐쇄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모바일·인터넷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된 은행 업무 시간을 원상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여전히 은행 오프라인 지점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7월 이후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들며 소비자들은 훨씬 길어진 대기 시간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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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도 점포 축소 흐름을 되돌릴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의 점포 폐쇄에 따른 대체수단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동점포 및 이동점포 등이 그 예다. 이와 함께 점포 축소 흐름에 가장 큰 피해자인 고령층을 위한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확대도 검토한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주요국의 은행 점포 폐쇄절차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의 디지털화 가속으로 전 세계적으로 은행권의 오프라인 점포가 감소하고 있다”며 “기술발전과 금융거래 환경변화로 인해 점포폐쇄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과도한 개입은 삼가면서 점포 폐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객 및 지역사회 불편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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