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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아이들이 잔해 속에 있는데 기저귀가 무슨 소용”…시리아 구조대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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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일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이 지진 잔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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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접경지역에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누적 사망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내전으로 고립된 시리아 피해 지역에도 국제사회 구호가 뒤늦게 시작됐지만 턱없이 미미한 실정이라는 현지 목소리가 전해졌다.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유엔(UN) 구호품을 실은 트럭 6대가 튀르키예에서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서부에 도착했다.

시리아 현 정권은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상황으로, 서북부의 반군 장악 지역은 이번 지진으로 육로마저 끊기면서 사실상 고립무원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지진 발생 이후 나흘째인 이날에서야 가까스로 유엔 구호물자가 도착하게 됐다.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측은 이날 도착한 구호품은 지진 피해 이전에 텐트와 위생용품 위주로 꾸려져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호품 지원이 너무 늦었다고 토로했다.

무니르 알 무스타파 하얀헬멧 대변인은 “구호품엔 식료품, 청소용품만 있을 뿐 아직 잔해 속에 갇혀 있거나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구호 물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UN이 오늘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 구조대가 지진 직후 몇 시간 안에만, 아니면 다음날에만 시리아에 도착했다면 잔해에 갇힌 이들을 살려낼 희망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선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걷어내며 가족을 찾고 있다며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 정상들이 구조대와 중장비를 지원할 것을 호소했다. 특히 이번 구호물자에 기저귀가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무너진 벽에 깔린 아기에게 기저귀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지진이 덮친 시리아 서북부 도시 알레포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 두달 뒤 발발한 내전의 상처가 깊은 곳이다. 이미 정부군 공습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 잔해더미에서 생존자를 발견해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구조대원은 “잔해 속에 갇힌 상태로 일부 생존자가 구조대에게 유언을 전해달라고 하는 실정”이라며 “그들은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는 숨을 거둔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과 시리아 ‘하얀헬멧’ 측이 집계한 지진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 2만296명에 달한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보다 많은 수치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대 20만명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인명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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