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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아동수당으로 출산율 올린다는 일본, 시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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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지급 대상 확대·금액 인상 추진…상반기에 저출산 대책 발표

연합뉴스

아이를 안은 일본 남성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인구가 1억2천만여 명인 일본은 늙어가는 사회다. 아기 울음소리는 줄어들고,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출생아 수는 197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최저 기록을 경신한 뒤 약간 상승했으나, 2021년 1.3명을 기록하며 저점에 접근했다.

제2차 베이비 붐 시기였던 1973년에 태어난 아이는 209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신생아는 8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5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65년까지 인구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하기 어렵다.

출생률과 사망률에 큰 변화가 없다면 2053년쯤에는 인구가 1억 명 아래로 떨어진다. 2065년이면 8천800만 명으로 급감한다.

인구 감소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인구 비율이다.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율이 2015년 26.6%에서 2050년이면 37.7%로 증가하지만, 14세 이하 유년층 비율은 같은 기간 12.5%에서 10.6%로 감소한다.

앞으로 30년쯤 흐르면 일본은 인구 10명 중 어린이와 청소년은 1명뿐이고, 노인은 4명인 나라가 된다.

문제는 출산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출생아 수를 85만 명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77만 명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출생아 수가 3만∼5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이나 후년에는 70만 명대도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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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위기감과 절박함을 느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꼽고, 차원이 다른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어린이가 우선인 사회를 만들고, 출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며 아동수당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지원 강화, 육아 가정 대상 서비스 확충, 근무 방식 개혁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그중 일본 정치권이 가장 열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과제는 아동수당이다.

여권이나 야권이나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고 별다른 이견도 없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해 출산율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오는 4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내놓은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다른 과제들은 단시일 내에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워 아동수당에 논의가 집중된 측면도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3세 미만이면 매월 1만5천 엔(약 14만 원), 3세부터 중학생까지는 매월 1만 엔(약 9만6천 원)을 준다. 셋째 이후 아이는 3세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1만5천 엔을 지급한다.

다만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부부 중 소득이 많은 사람의 연 수입이 1천200만 엔(약 1억1천500만 원)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960만 엔(약 9천200만 원)을 넘으면 5천 엔(약 4만8천 원)만 받는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소득 제한을 철폐하고, 지급 대상 시기도 고등학생까지로 늘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둘째와 셋째 아이에게 각각 최대 3만 엔(약 29만 원), 6만 엔(약 58만 원)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도쿄도는 마치 중앙정부와 경쟁하듯 지난달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18세 이하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에게 매월 5천 엔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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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어린이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향후 대폭 증액이 예고된 방위비와 마찬가지로 재원 확보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동수당 확대 폭을 먼저 논의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아동수당을 더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갈지 의문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은 1972년 아이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을 위해 아동수당을 도입했고, 이후 지원을 확대해 지급 대상 가정의 소득 제한이 없었던 시기도 있다. 하지만 출산율은 거의 반등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안간힘을 쓴 적도 있다. 1990년대에는 '에인절 플랜', 2000년대에는 '어린이·육아 응원 플랜' 등 보육시설 확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는 상반기 중에 아동수당 확대를 포함한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대책에는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은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저출산 문제 전문가가 현지 공영방송 NHK에 한 말처럼 아동수당은 국가가 아이를 기르는 가정을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되지만, 경제적인 지원만으로는 출산율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듯싶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에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어떤 방책이 담길지 궁금하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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