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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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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악재? 튼튼한 경제? 거품? 미 고용 호조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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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상승→소비 자극... 연준 긴축 근거
"호황 지속" 낙관 vs "가짜 수요" 경계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미국 일리노이주 롤링메도스의 한 식당에 구인 공고가 붙어 있다. 롤링메도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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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미국 고용시장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긴축 지속 요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재라는 미 중앙은행의 부정적 관점과 튼튼한 경제의 방증이라는 시장 일부의 긍정적 시각은 뿌리가 다르다. 부풀어 오른 구인 수요에 거품이 끼어 있는 만큼 섣부른 경기 낙관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공격적 통화긴축(기준금리 대폭 인상)과 이로 인해 갈수록 커지는 경기침체 경고음에도 미국 고용시장은 끄떡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비농업 취업자 증가폭(51만7,000명)이 시장 전망치(18만8,000명)의 3배에 육박했고, 실업률(3.4%)은 54년 만의 최저치였다.

이런 형국이 연준은 마뜩지 않다. 지나치게 뜨겁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돈을 많이 벌면 소비 수요가 자극되고, 그만큼 물가를 잡기가 힘들어진다.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노동시간이 길어지며 수령액 확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8.5% 증가한 미 노동자 평균 임금은 지난달에도 1.5% 늘었다. 불황을 좌시하지 말라는 요구에도 연준이 긴축 기조를 고수하게 만드는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반면 걱정스러운 눈으로 급등하는 금리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안도하는 기색이다. 진정되지 않는 고용시장이야말로 무자비한 연준의 파상 공세마저 견딜 정도로 미 경제가 튼튼하다는 사실의 대표적 징표라 여겨서다. 이에 미 경제가 침체는 물론 둔화하지도 않고 당분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국 경제가 아예 착륙을 하지 않을 테니 경착륙은커녕 연착륙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노 랜딩(무착륙)’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향후 얼마간 긴축이 계속돼도 경제에 큰 지장이 없겠다는 자신감이 미 일각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침체를 피하기 어려우리라 내다보는 전문가가 아직 더 많다는 게 미 언론 얘기다. 가장 흔한 논거가 ‘시차’다. 실물경제에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짧은 기간에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위축 효과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이제 긴축 감속이나 중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또 하나는 ‘가(假)수요’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숙련 인력을 대거 해고했다가 회복기에 이들을 복귀시키거나 새 종업원을 찾는 데 애를 먹은 식당ㆍ소매 등 서비스업종 고용주들이 그런 곤란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불경기 조짐에도 일단 감원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ㆍ금융 전문가인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마스크, 2021년 반도체, 2022년 달러화 수요의 급증은 실수요와 더불어 ‘구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키운 가수요가 크게 작용한 현상”이라며 “대량의 마스크와 반도체가 재고로 남은 것처럼 침체와 맞물릴 경우 탄탄하던 고용시장에도 강한 반전이 찾아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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