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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김학의 긴급출국금지에…법원 "위법, 다만 직권남용 고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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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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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왼쪽부터)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1.10.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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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인천국제공항에서 돌려세운 긴급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법원은 위법성이 있다면서도 관계자들에 대해선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받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의 잘못은 출국 저지 자체가 아니라 다른 적법한 수단으로 출국금지가 가능했음에도 법령 해석을 그르쳐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단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며 "직권 남용의 고의가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긴국출국금지 당시 김 전 차관이 받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의심의 정도를 넘어 객관적·합리적으로 뒷받침되는 상당한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며 "다른 요건이 충족됐다고 하더라도 범죄 혐의의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조치에 대해선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대상자가 될 게 확실한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이라며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김학의 사건의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당시 일반출국금지는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어떤 방법으로도 출국금지를 할 수 없었던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한 경우와는 달리 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차 전 본부장은 여객기 이륙을 불과 1시간30분여 앞두고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긴박한 상황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출국금지를 실행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직권 남용' 또는 '직권남용의 고의'를 추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긴급출국조치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기간 심리 끝에 밝혀진 사후적인 판단"이라며 "사후적으로 위법·부당한 것으로 판명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모두 형사처벌 대상으로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재수사가 임박한 당사자의 해외도피를 차단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며 "개인적인 이익·청탁 또는 불법 목적의 실현을 위한 행위라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검사는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요청서를 보내며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의 대리인을 사칭해 결재한 혐의(자격모용공문서 작성·행사) △사건으로 생산된 공문서를 그대로 집에 들고간 혐의(공용서류은닉)에 대해서만 이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에 대해 징역 4개월을 산정하고 선고유예 판결했다. 법원은 죄가 있지만 범행이 경미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피고인에 대해 판결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선고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난 피고인은 면소한 것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이 면제된다.

출입국관리법에 긴급출국금지 승인 요청권자가 '수사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같은법의 시행령엔 '수사기관장' 명의로 요청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는 이날 "검사는 단독 관청"이라며 이 전 검사에게 긴급출국금지 요청을 할 법률상 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전 검사는 승인 요청 단계에서야 시행령을 인지해 이를 준수하려다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

이 전 검사의 공용서류은닉 혐의 또한 재판부는 "관련 서류들은 이미 직무상대방에게 유효하게 전달됐다"며 "공용서류의 효용이 침해된 정도가 크지 않고,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이 전 검사와 차 전 본부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이 전 비서관 또한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선고 직후 이 전 검사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며 "일부 유죄가 선고된 것은 항소심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차 전 본부장은 "잠시 빛을 잃은 진실과 상식이 법정에서 환하게 빛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김학의 사건에서 검찰은 법치주의를 과연 얼마나 지켰냐"며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무겁게 돌아보고 성찰하고 검찰권을 오로지 국민을 위해 정의롭게 쓰이도록 숙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판결에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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