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사회공헌액 2년째 감소…이익의 5~6%
금감원장 은행권 금융지원·사회공헌 실효성 점검 나서
‘3년간 10조’ 사회환원 방안 내놨지만…부풀리기 논란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금융당국이 이자장사에 기댄 역대급 실적으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나선다. 은행권이 발표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이 기존의 것을 이름만 바꿔 재포장하는 생색내기용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정부와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3년간 10조원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보증 재원 승수 효과 등까지 지원 규모에 포함시켜 ‘부풀리기’ 발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2021년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율은 -1.26∼13.59% 수준이었다.
적자(-7960억원)인 씨티은행을 제외하고 2021년 흑자를 낸 18개 은행 가운데 사회공헌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은행(13.59%)이었다. 반대로 가장 낮은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0.15%)였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사회공헌 비율도 0.31%에 머물렀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12.26%로 1위였고 이어 신한은행(6.74%), KB국민은행(6.32%), 우리은행(6.29%), 하나은행(5.71%) 순이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대출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최근 수년째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금액은 2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보증기금 등 은행연합회 소속 회원기관과 은행연합회는 2021년 사회공헌 사업에 총 1조617억원을 지원했다. 지원액은 3년 연속 1조원을 웃돌았지만, 2006년 보고서 발간 이래 가장 많았던 2019년(1조1300억원)보다 적고, 2020년(1919억원)과 비교해도 약 300억원 줄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과 퇴직금 등 ‘나홀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앞으로 3년간 공동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해 긴급생계비 대출 재원 기부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인 ‘2023 은행 동행 프로젝트(가칭)’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4000억원을 지원하고, 5000억 규모의 사회공헌을 실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프로그램이 통상적 관행이나 업무에 포함된 걸 포장한 것이 아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5000억원 규모의 지원 금액에 통상적 범위의 취약 가계·기업 대출 프로그램 관련 재원까지 모두 포함해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셈이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실효성 있게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금융지원의 실제 기여도를 분석해 우수 지원사례를 발굴하고 확산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까지 돈 잔치를 비판하자 은행권은 서둘러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다시 내놨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은행권이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으로 5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취약차주 긴급 생계비 지원에 2800억원,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지원에 1700억원, 중소기업보증지원에 2조원을 공급하고 기타 공익사업에 5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민금융상품도 기존 목표(6조4000억원)보다 매년 6000억원씩 확대해 공급한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재원도 더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 은행권 추가 보증 재원으로 약 800억원을 출연해 전체 보증규모를 약 1조원으로 늘린다.
은행별로 저금리 대환 및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 등에 대한 지원에 약 7000억원을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에 따라 은행권이 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 등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마련하는 재원은 총 7800억원 규모다. 당초 계획했던 취약계층 지원 방안(3년간 5000억원 조성)보다 2800억원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10조원이라고 밝힌 취약계층 지원 공급 금액(지원 효과)의 상당 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졌다. 지원 사업별 보증 배수를 12~15배 적용해 지원 효과가 10조원 이상이 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보증지원 재원 1600억원을 활용한 공급 효과는 보증 배수 12배를 적용해 약 2조원으로 추산됐다. 5대 은행의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을 기존 연간 약 2600억원에서 앞으로 3년간 약 3200억원으로 연간 600억∼700억원 늘리는 경우에는 15배의 보증배수를 통해 약 3조원의 추가 지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질책을 의식해 보증배수 계산으로 효과를 부풀려 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은행권의 공동 모금이 효과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개별 금융지주나 은행의 특색에 맞게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며 “공동 모금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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