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금융당국은 은행 간 경쟁을 유발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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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16일 “은행권에서 과점 구조가 어떤 형태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과점 작동 구조를 보고 어떤 방안이 은행업에서 경쟁을 불러올지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비상경제 민생대책회의에서 은행 간 실질적인 경쟁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주문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총자산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70.73%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5대 은행이 높은 점유율로 손쉽게 돈을 버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참여자가 은행 시장에 들어와 경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상반기 중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개선안으로는 ▶은행 인가를 용도·목적에 따라 세분화(스몰라이선스)해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 독립은행을 배출하는 방안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서 시중은행과 통신업계를 비판하며 “개혁과 혁신은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한국의 은행 시장을 과점으로 볼 수 있냐는 반론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는 “한국의 은행 산업의 시장 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중하위권으로 그렇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적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근거해 총자산 상위 3개사의 점유율 합산 수치(CR3)로 평가할 때 한국의 은행 시장 집중도는 일반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기준 23위, 시중은행 기준 18위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 규모에서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수가 이 정도로 많은 건 오히려 과당 경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점은 정부 주도 은행 통폐합의 결과인데 갑작스레 시장 체제를 바꾸는 게 가능한가”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현재 시장 체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형화를 위해 은행 간 통폐합 및 지주사 전환을 가속해온 결과다. 2001년 4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2001년 9월), 하나은행(2005년 12월), 국민은행(2008년 10월)이 차례대로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형 시중은행의 지주사 체제가 완성됐고 이 구도는 큰 변화 없이 현재로 이어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정부가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은행 대형화를 이끈 결과가 현재의 시장 구조”라며 “5대 은행 체제를 인위적으로 손보는 건 단기간에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경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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