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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배달 실수하자 대뜸 "사람이냐" 욕설…갑질에 우는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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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음식 챙기고 주문 취소 사례도…"예방조치 필요"

연합뉴스

배달 노동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배달 노동자들이 과도한 고객 갑질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서창중앙지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께 인천시 남동구 모 아파트 주민인 중년여성 A씨는 업체 측에 "XX하고 앉아있네" 등 폭언을 했다.

당일 배달 기사(라이더)가 A씨 집인 아파트 20층 대신 22층에 실수로 음식을 가져다 놓았다는 게 폭언 이유였다.

업체가 공개한 녹취를 들어오면 A씨는 지사장이 라이더 대신 사과하려고 전화하자 대뜸 반말로 "넌 도대체 뭐니. 어떡할 거야 그래서"라며 언성을 높였다.

지사장이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는데도 "죄송하다고 끝날 거 아니잖아"라거나 "이러고도 사람이냐. 일하고 싶냐"며 소리를 질렀다.

환불을 위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내 계좌까지 털어가려고 XX하고 앉아있네"라며 "사장한테 전화해서 처리해라. 음식이 목에 안 넘어간다"고 폭언을 이어갔다.

해당 녹취를 공개한 류힘찬 지사장은 "50대인 배달 기사가 직접 전화하면 스트레스를 받으실 거 같아 대신 전화했는데 저를 기사로 오인하고 계속해 폭언을 이어갔다"며 "이후 녹취를 들은 배달 기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심근경색 증상으로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분들이 같은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선은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녹취를 공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들이 이 같은 고객 갑질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한다.

한 고객은 최근 배달 노동자를 상대로 현관문에 '벨을 누르면 흉기로 찌르겠다'는 경고문을 붙여 놓았고, 서울 한 아파트 입주자들은 음식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들에게 일반 승강기가 아닌 화물 승강기를 이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6월 서울시 종로구 한 호텔에 투숙한 고객은 라이더 B(43)씨가 인근 호텔로 음식을 잘못 배달하자 배달 장소에 찾아가 음식을 몰래 챙긴 뒤 주문을 취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은 배달을 잘못한 책임을 물어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B씨는 동료들의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증거를 수집한 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배달 노동자들은 이런 일을 당해도 그 시간에 배달하는 게 이득이라고 보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저는 다른 라이더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경찰서를 5차례 찾아가 절도 혐의로 고소하고 조사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저는 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배달 일을 하게 됐다"며 "배달 일을 한다고 못 배우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닌 만큼 함부로 대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 분류되는 배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보호도 받지 못하다 보니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감정 노동자 보호 조치라도 일단 배달 노동자에게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가 폭언을 듣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다 보니 가해자를 모욕죄로 처벌하기도 어렵다"며 "고객들이 라이더를 상대로 폭언·폭행을 하지 않도록 배달 플랫폼 사업자가 사전 안내 문구를 표시하는 등 예방조치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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