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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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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생산시설 EU-GMP 획득, 세계서 한국산 항암제 명품 인정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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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경숙 보령 생산품질 부문 전무

가장 높은 수준 인증 한 번에 통과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으로 자동화

작업자 안전 고려한 밀폐형 생산

중앙일보

박경숙 보령 생산품질 부문 전무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으로 국산 항암제의 품질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한국인 사망 원인인 1위는 단연 암(癌)이다. 한 해에만 24만여 명 이상이 새롭게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다. 품질 좋은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항암 치료 주권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국내 항암제 분야 강자인 보령은 최근 항암제를 생산하는 충남 예산 공장의 EU-GMP를 획득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항암제 생산 경쟁력을 입증했다. EU-GMP 인증으로 퀀텀 점프(Quantum Jump·대약진)를 준비 중인 보령의 생산품질 부문 박경숙 전무에게 EU-GMP 획득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Q : 예산 공장의 항암제 생산시설이 EU-GMP를 획득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 공장에서 만든 항암제 품질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질병 치료에 직접 쓰이는 의약품은 품질이 전부다. 나라마다 약효가 일관되게 발현되도록 제조 과정 단계부터 품질을 검증·관리하는 이유다. 예산 공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KGMP는 물론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의 EU-GMP도 획득했다. 특히 EU-GMP는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적 자원의 전문성, 생산 설비, 생산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증으로 분류된다. 여러 번 떨어진 곳도 있는데 예산 공장의 항암제 생산시설은 한 번에 통과했다. 유럽 내 의약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독일 허가 기관을 통해 승인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Q : EU-GMP가 왜 중요한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KGMP만으로는 글로벌에서 의약품 품질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약을 해외로 수출하려면 그 나라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가 필수적이다. 해외 바이어의 첫 질문도 보유한 의약품 공장이 어느 수준의 GMP를 획득했는지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KGMP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보령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로부터 제제 기술과 공정 기술을 이전받아 오리지널 그대로의 젬자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알림타도 곧 생산할 예정이다. 예산 공장의 GMP 획득으로 세계적 수준의 항암제 제조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항암제 수출 및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Q : 의약품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린 비결은 무엇인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시스템이다. 독일 NNE Pharmplan사가 설계한 보령의 예산 공장은 ‘생산 자동화’가 특징이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적용해 제조 공정을 관리하면서 작업자의 인위적 실수를 줄여 안정적인 의약품 생산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품질관리에 투입하는 작업 시간을 줄여주고, 실시간 현장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의약품 품질은 투자이고, 비용이다. 명품처럼 보이지 않은 곳까지 세세하게 신경 써야 유지된다.”

Q : 약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능동적 대처도 가능한가.

“그렇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자동 생성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다. 약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기록에 남는다. 특히 데이터의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해 원인 추적에 유리하다. 지속적 데이터 모니터링으로 필터 등 장비 상태를 예측하는 데도 좋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사람이 손으로 입력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 신뢰도부터 점검해야 했다. 분석에 오래 걸리고, 원인도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높은 데이터 완전성(DI·Data Integrity)을 토대로 품질 개선에 집중하면서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Q : 작업자 안전에도 신경 쓴다고 들었다.

“항암제처럼 약리 활성이 높은 약은 일반인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 예산 공장의 항암제 생산 시설은 작업자 안전을 고려해 밀폐형 생산이 가능한 아이솔레이터(Isolator) 설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특수 가림막을 활용해 항암제 생산 라인과 약을 만드는 작업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한 상태로 제조한다. 이를 통해 항암제가 작업자의 피부에 닿지 않도록 차단한다. 예산 공장에는 조제 단계부터 충전, 캐핑, 외관 세척, 검사 포장 등 모든 단계에 아이솔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대개 생산시설 중 충전 라인에만 적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권 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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