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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한전, 33조 적자에 부랴부랴…"난방비 폭탄 불렀다" 요금 급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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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김남이 기자] [편집자주] 한전이 24일 33조원 가까운 적자를 포함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문재인 정부 당시 제떄 원가 반영을 못한 소비자 가격 폭탄이 지난해 성적표로 나온 셈이다. 국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공기업 한전의 적자 여파는 한전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전 물론 실물 경기과 금융투자시장으로 번지는 한전의 적자폭탄 파급력을 점검해 봤다.

[MT리포트]33조 적자폭탄 터졌다(下)


33조 적자 눈앞에서 뒤늦게 요금 올린 한전…'난방비 폭탄'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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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도심 내 주거시설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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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8원 vs 32.4원"

2020년 이후 전력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인상폭이다. 글로벌 경기가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회복되고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에 전력 생산비용도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 가격은 매번 소폭 인상에 그쳐왔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에너지 정책이 수요와 공급, 원가와 소비자 가격 같은 기본적인 경제논리를 짓눌러온 결과가 지난해 33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역대급' 적자다.

26일 전력거래소와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 SMP(계통한계가격)는 ㎾h(킬로와트시)당 196.65원이다. SMP는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일종의 도매요금이다. 2020년 ㎾h당 68.87원이던 SMP는 2021년 94.34원으로 올라 지난해 2배이상 급등했다.

소비자 가격은 인상이 더디다. 전기요금은 크게 기본료에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포함) △기후환경요금 △연료조정단가 등을 3가지 항목을 더해 책정한다.

전력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의 의견을 들어 전기요금 조정을 요청하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는 구조다. 사실상 기재부가 동결 권한을 갖는 탓에 번번이 원가 인상분 반영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소상공인·서민 경제 부담이 가중되자 2020~2021년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2020년은 이미 세계 경기 침체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한전이 2020년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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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21년 이후다. 전력 도매요금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LNG(액화천연가스) 국내 도입단가는 2021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9월 톤당 1470.4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치른 지난해 3월까지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서야 2021년 대비 ㎾h당 9.8원 오른 기준연료비를 두차례에 나눠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고 RPS(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와 ETS(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2원은 4월 요금부터 적용했다. 10월에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력량 요금을 ㎾h당 2.5원 올렸다.

연료비 조정단가의 근거인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2021년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유가와 LNG, 석탄 등 전기 생산용 연료비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용 전기요금을 올리도록 한 제도다. 전 분기 대비 최대 ㎾h당 3원, 연간 ㎾h당 5원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 시행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동안 '물가 등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는 입장 아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유보됐다.

정부는 지난해 한전의 30조원대 적자가 눈 앞에 닥치고 나서야 뒤늦게 전기요금을 올렸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정단가는 연간 최대한도를 넘어 3분기와 4분기 두차례 5원씩 총 10원 인상했고 연말에는 올해 1분기부터 적용하는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을 13.1원 올렸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영해야했을 전기요금을 뒤늦게 올리면서 올해 연초 난방비 폭탄과 함께 공공요금 부담을 키운 셈이다.


'한전 적자폭탄'에 최대주주 산은, 재무건전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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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DB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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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한전)이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불똥이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으로 튀었다. 한전 손실이 산은으로 전이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산은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정부가 보유 중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지분을 현물출자로 받기 위한 가치평가 컨설팅을 계획 중이다. 모두 자본확충을 통한 BIS비율 관리를 위해서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산은이 33%의 지분을 보유한 한전이 32조6034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면서 산은의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분법에 따라 한전 적자의 33%는 산은의 손실로 이어진다. 한전의 지난해 순손실은 24조4199억원으로 이 중 약 8조원이 산은 손실로 잡히는 셈이다.

손실 전이는 산은의 BIS비율 저하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비율을 0.06%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21조원 손실이 발생하면, BIS 비율은 1.37%p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BIS비율(1.37%p) 하락은 산은의 기업 지원 능력 한도를 한 해 33조원가량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번 한전 적자로 산은의 BIS비율은 약 1.5%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산은의 BIS 비율은 13.1%이다. 전년말보다 1.8%p가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한전 적자로 산은의 BIS비율 13%선 방어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BIS비율 하락은 자본시장에서 산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전 손실 외에 개별 손익 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산은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5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2조4618억원)보다 89.6% 감소했다. 2017년 흑자전환 이후 가장 적은 당기순이익이다. HMM과 대우조선해양 주가하락이 주식투자 손상차손이 대거 인식된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건전성 악화는 올해 산은이 계획 중인 73조5000억원 자금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은은 올해 중소·중견기업에 48조원, 혁신성장 분야에 25조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3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와 함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잠재부실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대출연체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산은은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해 후순위채 발행, 현물출자 외에 20.7%의 지분을 보유한 HMM 매각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매각타당성 컨설팅을 포함해 매각 과정을 포괄적으로 진행할 자문사 선정을 조만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수익을 낼 때는 산은이 지분법 수익과 함께 배당도 많이 받아 큰 도움이 됐었다"며 "지금은 한전 때문에 건전성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한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악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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