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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화웨이 반도체 공급차단 앞당긴다…中에 러 지원 재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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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 전면 중단을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정찰풍선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 지원 문제 등으로 연일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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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반도체 전면 수출 금지를 조기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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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한 광범위한 기술무역 강화의 일환으로 미국 업체들에 발급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등의) 기존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퀄컴ㆍ인텔 등이 화웨이에 공급 중인 4세대 이동통신(4G)용 반도체가 주요 수출 통제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전직 미 보안당국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미 상무부에 ‘화웨이를 끝장내기 위해 더 큰 고통을 줄 시기가 됐다. 4G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부 행정부 시절인 2019년 5월부터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각종 부품 수출 금지 등 고강도 규제를 해왔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기술연구소에서 9년간 근무하는 등 중국 군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5G용 통신장비 등 화웨이 제품이 ‘백도어(Back Doorㆍ무단으로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로 악용된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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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3에서 화웨이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 화웨이의 '비전 글래스'를 시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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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들어선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만드는 외국 기업도 허가 없이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막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정보유출 우려가 높은 5G 전용 반도체 수출은 금지하면서도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4G용 반도체 수출은 허가했다.

당초 미 당국은 업체들에 주어진 기존 수출 허가가 만료되는 시점에 신규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향으로 제재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정찰풍선 사태와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존 허가까지 취소하는 방안으로 제재 강도가 더 세지는 분위기다.

화웨이의 통신기술이 중국의 정찰ㆍ감시 자산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찰풍선 사태를 둘러싼 후속 조치 성격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구형 반도체라 해도 정밀 유도 폭탄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등 무기 전용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을 우회한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는 목적도 담긴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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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3'에서 화웨이가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조종이 가능한 사족 보행 로봇을 시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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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ㆍ보안 담당 차관은 지난달 28일 미 의회에 “민감한 미국의 첨단 기술이 악의적 행위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수 조치 발동 시기도 기존 관측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난 1월 말만 해도 관련 업계에선 미 당국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지 4년째가 되는 5월 15일부터 신규 수출 허가를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링컨 "화염에 부채질말라"



미국의 외교적인 중국 압박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데 관여하거나 제재에 대한 조직적인 회피를 할 경우 미ㆍ중 관계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두 개의 길을 갈 수 없다”며 “한편으로는 평화 제안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가 불붙인 화염에 부채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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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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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에 이어 우즈베키스탄도 찾았다. 블링컨 장관의 중앙아시아 순방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순방지에는 인도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그동안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는 차원에서다.

러시아와 가까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은 비교적 약한 고리로 평가되며,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하게 군수ㆍ경제 협력을 유지해온 인도는 미국 중심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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